미래창조과학부가 불법 보조금을 투입한 이동통신사에 과징금 대신 요금을 강제로 할인하는 징벌적 요금 할인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핵심적인 비즈니스 정책인 요금까지 결정하게 되면 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과징금을 포기하면 정부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예산당국의 저항도 예상된다.
12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미래부는 불법 보조금으로 이용자를 차별하는 통신사업자에 사업정지 처분을 내릴 때 사업정지에 해당하는 금액(과징금)만큼 고객 통신요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미래부는 이를 위해 올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사업정지 처분을 하게 되면 3자가 피해를 보게 되고, 과징금을 부과하면 벌금이 국고에 귀속돼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이에 대해 시장체제를 부정하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 혜택도 미미한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통신사 한 임원은 “정부가 기업의 영업 수단까지 강제하는 것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막는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며 “소비자 혜택도 적어 예전 기본료 1000원 인하와 비슷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가장 많은 56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SK텔레콤(가입자 약 2800만명)을 기준으로 나눠보면 개인당 2000원 정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1만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처벌이 소비자 혜택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내리는 사업정지 기간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자금력이 약한 후순위 사업자는 한 번의 처벌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기획재정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부처와 협력 역시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된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미래부가 가진 제재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아직 미래부와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기재부 반대도 예상된다. 세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매년 수백억원 규모로 국고에 귀속되는 금액을 포기하는 조치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입법 과정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조금 혜택을 받은 이용자와 그렇지 않은 이용자를 분리하는 방안 등 세부 정책 수립에 산업계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산업 피해와 소비자 불편이 불가피한 현재 제재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정부 의지가 강력하다”며 “입법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혜택 기준, 개선안 적용 범위 등 기술적인 면을 면밀히 파악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래부와 이통사는 13일 시작되는 이번 사업정지 기간에 주력 단말기 일부 물량을 구매하기로 하고 중소 제조업체 단말기를 선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리점을 대상으로 단말채권 상환기간 연장, 단기 운영자금과 매장 운영비용 일부 지원, 수익 보전방안도 강구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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