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9개월을 앞둔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배출권거래제 기본 계획이 확정됐지만 산업계 우려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구조적 한계, 산업경쟁력 약화와 국제관계, 기후변화 대응 지속성장 측면 사이의 인식 차이가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에너지포럼에서는 ‘배출권거래제의 불편한 진실’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이날 포럼에서는 배출권거래 시장의 활성화 가능성과 제조업 부담, 기상이변의 위험성, 국제통상 문제 등 각계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연사로 나선 노종환 일신회계법인 부회장은 한국탄소금융 사장 시절 경험을 언급하며 배출권거래제의 구조적 한계를 주장했다. 노 부회장은 “배출권 가격이 제조사업장의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 3국 사업장의 수율을 높이거나 이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제조산업의 엑소더스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3국 사업장 수율 증가로 배출권거래제 시행국의 탄소는 감축이 되지만 세계 탄소배출은 늘어나는 부작용을 지적했다.
거래시장 전망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래량이 줄어드는 구조적 한계점이 들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자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들이는 설비비와 거래가격 차이가 줄고, 필요 감축량을 100% 유상 할당하고 경매를 통해 확보하면 거래의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산업경쟁력 저하 우려도 다수 제기됐다.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소 부사장은 “이미 국내 철강회사의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효율은 세계 최우수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며 “배출 저감의 목표에는 동감을 하지만 어떻게 더 저감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철강시장에서 포스코의 경쟁력은 좋지만 배출권거래제를 하지 않는 중국 등 신흥국의 조건을 보면 역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EU기업들이 배출권거래제로 사업장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며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는 그 여파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래시장에 대해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발전사업자들의 참여가 중요하지만 연료변동비가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선 이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경제성 측면으로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은 “기온 2도 상승을 막기 위해선 1인당 연간 배출이 2톤 이내여야 하지만 국내 1인당 배출량은 13톤으로 상당한 양을 배출하고 있다”며 “2020년 이후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모든 당사국이 감축의무를 지는 점을 감안해 미래를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녹색성장위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과학과 정치가 결합된 이슈로 규정하고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국가 정책적 시각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를 공격하고 있고 지금 영위하는 많은 산업들이 도태될 것”이라며 “기상이변의 피해가 세계경제 성장률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 가도 된다는 안도감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선진국들은 해당국과 교역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강제성이 있는 만큼 산업계가 지금의 경제성만 따지지 말고 대외 국가 신뢰도와 통상 차원으로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