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성공을 돕는 문제상황 탈출법]<14>경쟁력의 본질 파악하기

잘나가는 회사를 벤치마킹했는데 왜 우리는 이 모양일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가장 많이 쓰이는 경영 도구 톱10(단위:%)/벤치마킹의 낮은 만족도(단위:점)

A마트를 운영하는 B씨는 요즘 지지부진한 매출 때문에 고민이다. 고민 끝에 업계 1위인 C마트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제품 디스플레이부터 꼼꼼히 관찰하고, 어떤 고객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어떤 사은품을 주고 있는지, 특가 상품은 무엇을 내놓고 있는지 샅샅이 파헤쳤다. 심지어 C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만족도까지 남몰래 조사했다. A마트와는 다른 C마트의 운영 방식에 어느 정도 감을 잡은 B 사장은 곧바로 그 방식을 A마트에 적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분명 C마트에서는 성과를 거두던 방식인데, A마트에서는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나름 철저한 벤치마킹인데, 왜 우리는 효과가 없는 것일까?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전 세계 글로벌 기업 CEO 1400명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해 본 경영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 있다. 그 결과, 1위가 바로 ‘벤치마킹’으로 나왔다. 하지만 벤치마킹의 성과는 여러 경영방법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2005년, 자사 매출보다 규모가 컸던 밸리호텔을 인수한 해러즈엔터테인먼트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해러즈가 이렇게 거대한 경쟁사를 인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높은 영업이익과 풍부한 자금이었다.

경쟁사들은 모두 혈안이 돼 해러즈가 높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원인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해러즈의 최고 경쟁력은 고객관계관리(CRM)로 결론이 났다. 해러즈는 CRM을 통해 고객정보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영업에 활용함으로써 경쟁 호텔보다 고객 1인당 50%가 넘는 추가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쟁 호텔들은 너도나도 해러즈의 ‘CRM 따라 하기’에 몰두했다. 비싼 돈을 들여 IT 인프라도 구축했다. 나름대로 자기 호텔에 맞게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시간과 비용만 낭비했을 뿐 해러즈만큼 성과를 낸 호텔은 없었다.

그런데 벤치마킹에 성공한 기업이 등장했다. 바로 캐나다에 16개 호텔을 소유한 노샘프턴호텔 그룹이다. 노샘프턴호텔은 접근방식이 달랐다. 해러즈를 따라 하기 전에 노샘프턴이 고민한 것은 ‘해러즈의 CRM이 다른 호텔의 CRM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일까?’였다. 노샘프턴은 서둘러 CRM을 바꾸는 대신, 먼저 해러즈의 CRM이 왜 강한지 차근차근 따져보았다. 그런 후 해러즈의 CRM이 경쟁사보다 월등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 해러즈 직원들의 ‘고객 데이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인드’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러즈의 직원들은 고객이 카드를 들고 오지 않으면 수기로라도 기록해서 전산에 입력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었다. 구매 패턴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이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직원들의 자세가 바로 해러즈 CRM이 잘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인 셈이다.

노샘프턴은 해러즈 식으로 CRM을 강화하기 전에 직원을 교육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 정보와 데이터가 왜 중요한지,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1년에 걸쳐 교육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의식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난 후 비로소 해러즈 식으로 CRM을 바꿔나갔다. 그 결과, 그간 실패한 경쟁사들과 달리 차별화된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성공적인 벤치마킹은 ‘겉으로 보이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력 속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요소’까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상황에서 A마트의 벤치마킹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략, 마케팅, R&D처럼 눈에 보이는 것보다 문화나 가치처럼 직원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이 경영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샘프턴호텔 그룹이 서둘러 시스템을 바꾸기보다 해러즈의 CRM이 성공한 근본원인을 파악했던 것처럼 문제상황에서 A마트의 B씨 또한 겉으로 드러난 C마트의 영업방식보다는 그것이 성공한 근본원인부터 파악했어야 했다.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경쟁력의 본질을 파악하는 노력, 그것이 벤치마킹의 핵심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