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 대기업의 해외특허 등록이 날로 증가 추세다. 소송 발생지가 주로 해외인데다가 국내에서 소송전에 패해도 배상가액이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당연한 결정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국가 지식재산(IP)서비스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허분석 전문업체인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에 따르면 주요 기업 특허등록 현황(2003년 이후 등록 기준) 분석 결과, 삼성전자는 2009년 이후 미국 특허등록 건수가 국내를 넘어섰다. 2006년과 2007년에는 한국이 각각 1만2202건(이하 등록기준)과 1만1036건으로 미국의 2837건과 3479건과 비교해 4배 안팎으로 많았다. 하지만 2009년 한국 1692건, 미국 4319건으로 역전됐으며 지난해에도 한국이 2736건에 그친 반면에 미국은 5366건에 달했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삼성전자만큼 해외 특허등록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증가 추세다. LG전자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해외 특허등록 건수가 1000개 미만이었지만 2008년 처음 1000건을 넘어선 이후 계속 증가하며 지난해는 2097건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도 2009년까지는 100건 이하였지만 2009년 129건, 2010년 202건, 2011년 270건, 2012년 311건, 지난해 411건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기준 국내 특허등록 건수가 각각 2885건(LG전자)과 2459건(현대자동차)으로 해외보다는 많다.
이 같은 대기업의 해외 특허등록 확대는 글로벌 특허분쟁 확대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러운 결정으로 보인다. 고기석 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은 “최근 2~3년 사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연구소 등이 해외특허를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는 대기업이 소송을 한다면 오히려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설령 구제를 받는다 해도 실익이 적다는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대되는 IP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계 한 대표는 “일부 대기업은 국내에선 특허 공격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그렇게 되면 국내에서는 특허출원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대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대기업의 국내 특허출원 건수가 줄면서 관련 업계 일이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은 “미국에서는 자국 발명은 미국에 먼저 출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자칫 해외만 특허를 출원할 경우 영어로만 등재돼 우리 기업의 특허 접근력이 떨어진다는 측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표] 주요기업 미국 특허등록 현황 (단위:건, 보유 특허 기준)
(자료:광개토연구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