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산업부가 발표한 ‘17대 에너지 기술 혁신(ETI) 프로그램은 수요 관리에 방점을 찍은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 계획 기조를 그대로 담고 있다. 지금까지 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은 자원개발을 시작으로 원자력·석탄·가스화력,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 등 주로 에너지 생산 확대에 주력했다.
반면 이번 ETI 후보군에는 수요 관리 분야가 스마트 홈·빌딩, 스마트 팩토리, 분산전원, 에너지네가와트, 에너지 저장장치, 에너지 IoT+빅데이터 플랫폼까지 6개가 포진돼 있다.
특히 수요관리 기술 모두가 ICT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점은 관심을 끈다. 정부는 전력 계통에서 지역, 최종 수용가의 기기 하나까지 연결되는 실시간 정보 소통형 전력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 특정 지역에 전력사용량이 몰리면 해당 지역에 위치한 사업장에 절전을 요구하거나 발전소 추가 가동으로 수요를 맞췄다면 앞으로 지역별 전력 사용량에 따라 각 수용가의 불필요한 전력 소비가 자동으로 줄고 인근지역의 남는 예비력이 해당 지역으로 송전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 스마트그리드 구상 당시 그렸던 집안의 TV가 알아서 꺼지고 조명 밝기가 조절되며, 실내 적정온도도 알아서 설정되는 사회를 17개 ETI를 통해 구현한다는 목표다.
남은 숙제는 IoT·빅데이터 등 ICT 최신 트렌드의 실제 시장 상용화 가능성이다. 업계는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이미 많은 빌딩과 사업장에서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통해 고효율 에너지 시설로 전환을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적 측면에서 ICT+에너지 모델이 저변이 확대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에너지 가격 상황상 에너지 효율제고를 위해 비용을 투자하는 것보다 지금 요금을 그대로 내는 것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을 것이란 진단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에너지 효율화 시장은 공공기관이나 대형 빌딩·사업장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부는 IoT+빅데이터 플랫폼 기반으로 건물 내 사물 센서를 통해 조명·온도·습도·공조 관련 에너지 사용 최적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사물 센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비용이 이를 통해 절감하는 에너지비용보다 크다면 상용화는 어렵다. 그만큼 일반 수용가까지 참여하는 스마트그리드 시대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 업계는 ICT+에너지 융합 계획에 새로운 융합모델 개발보다는 ICT 도입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빌딩과 사업장이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제로에너지 트렌드를 이끌고 있지만 아직 일부일 뿐”이라며 “ICT와 에너지 융합모델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해당 시스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확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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