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뻔하다. 기술 혹은 디지털이다. 아날로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환경하고는 아무래도 맞지 않는다. 박재준 모츠 대표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전자’와 ‘환경’이라는 두 단어를 절묘하게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이다.
![[이사람]박재준 모츠 대표](https://img.etnews.com/photonews/1405/566821_20140528102840_864_0001.jpg)
친환경 감성기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자 개성의 시대” 라며 “디지털 제품도 나만의 독특하고 특이한 제품을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전자와 공예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모츠 제품은 모두 친환경이다. 원목을 활용해 수작업으로 전자제품을 만든다. 흔한 USB메모리, MP3플레이어, 라디오도 모츠를 거치면 전혀 다른 제품으로 탄생한다. 원목을 깎아 도토리 모양으로 MP3를 만들고 기타 모양을 본 떠 USB메모리를 재설계하는 식이다. 물론 이를 위해 회로 기판부터 부품까지 전체적인 디자인을 다시 설계해야 함은 물론이다. 단순히 껍데기만 원목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에 맞춰 다시 개발한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모츠 전자기기는 금형 사출물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이 흠뻑 묻어나는 명품으로 거듭난다.
“판에 박힌 전자제품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편리함 때문에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하다보니 그만큼 비용도 많이들고 경제성도 떨어지지만 제품이 완성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낍니다.”
박 대표는 “호기심과 흥미 차원에서 제품을 늘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토폴리오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컸다. DIY 개념으로 도자기·유리·가죽 등 다른 소재를 시도했지만 역시 원목이 디지털 제품과 찰떡궁합이었다. 원목을 활용해 2006년 첫 제품을 내놓은 후 지금까지 만든 제품만 50종이 넘는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아예 서울 마포에 있던 사무실까지 부천 원미동 공장으로 옮겼다. 수 억원에 달하는 대형 설비 ATC도 2대나 구입했다.
성과도 컸다. 미국 키커랜드와 디자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일본 카피바라상에 캐릭터 나무 스피커를 공급했다. LG유플러스·MBC와 무한도전 캐릭터 스피커 등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렇다고 박 대표가 공예 예술가는 아니다. 오히려 뼈속까지 기술로 무장한 엔지니어다. 인켈 오디오연구소를 거쳐 세계에서 처음으로 플래시 메모리 타입 MP3 제품을 만들었던 엠피맨닷컴에서 근무할 정도로 자부심도 대단하다.
박 대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루는 디지로그 시대에 앞서가는 색깔있는 기업으로 모츠를 키워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