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짝퉁에 골머리 앓는 중견가전업계

우리나라 중견 가전업계가 중국산 ‘카피캣(Copycat:인기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제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계가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 중견기업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그대로 복제한 이른바 ‘짝퉁제품’을 내놓거나 심지어는 그 짝퉁제품에 우리 기업 브랜드를 부착해 유통하는 사례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짝퉁에 골머리 앓는 중견가전업계

원액기로 국내외 시장에서 유명해진 휴롬은 카피캣을 내놓은 중국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휴롬은 지난해 2696억원 매출 가운데 수출매출이 1807억원에 이를 정도로 해외판매 비중이 높다. 수출매출의 80~90%는 중국 시장에서 나온다. 원액기가 중국 부유층 고객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타면서 중국수요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원액기 인기에 힘입어 건강주스 카페 ‘휴롬팜’을 중국 상하이 두 곳에 열기도 했다.

최근 휴롬 인기에 편승해 중국 시장에 카피캣이 등장했다. 중국업체가 원액기 디자인과 색상을 그대로 복제한 짝퉁제품에 휴롬 브랜드를 붙여 마치 휴롬이 수출한 제품인 것처럼 속여 판다. 짝퉁제품은 원액기의 핵심 부품인 착즙 스크루의 소재가 정품과 달라 성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휴롬 관계자는 “아직 카피캣 판매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추후 고객 불만 증대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저하 등 문제가 커질 소지가 있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희생활과학도 지난해 중국에서 자사 제품 ‘에어프라이어’를 그대로 베낀 카피캣 때문에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중국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제조를 맡긴 게 화근이었다. 이 중국 업체는 한경희 제품과 모양이 흡사한 복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한경희생활과학 관계자는 “바로 중국 업체 달래기에 나서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을 막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석유난로 회사인 파세코도 중국산 저가 짝퉁제품에 고민이 깊다. 파세코가 중동국가 수출제품에 부착하는 ‘케로나’ 브랜드가 중국산 짝퉁제품의 브랜드로 버젓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세코 측은 “중국업체를 상대로 브랜드 사용금지 소송을 진행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데다 현지 법원의 판결을 예측할 수 없어 대응방안은 세우지 않고 있다”며 “다만 유사 제품보다 훨씬 안전한 석유난로를 만들어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세코 사례처럼 중견가전 업계는 소송을 진행하려니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그대로 두자니 피해가 커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어도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력과 제품 기술력을 키워 짝퉁과 차별화되도록 대응해 나가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응방안”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