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원격의료 시범사업 파국으로 치닫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파국을 향하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휴진 등 사회적 갈등 끝에 도출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출발도 못한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처음 중재안 성격으로 마련됐다. 정부가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자 의사 단체들이 반발했고, 양측은 3월 3월 시범사업 후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곧바로 삐걱대기 시작했다. 의정합의가 이뤄진 같은달 정부가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원격의료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자 의협이 의정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정부는 의정합의가 유효하다고 강조했지만 갈등은 풀리지 않고 잠재됐다.

불안한 동거는 4월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이 탄핵을 당하면서 본격화됐다. 노 전 회장은 정부와 원격의료 시범사업 합의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러나 의협 대의원들은 원격의료 전면 저지를 공언한 노 회장이 정부와 시범사업을 협의한 것 등을 문제 삼아 탄핵시켰고 시범사업 논의는 이때부터 사실상 중단됐다.

정부와 의협은 회장 탄핵 등에도 불구하고 실무 차원의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추진 주체가 동력을 잃었고 또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의료계 내부 반대가 분명해지면서 시범사업은 힘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4월부터 시행키로 한 시범사업은 5월, 6월을 넘겨 복지부가 독자 추진을 선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파국 피할 수 없나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무산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24일까지 의협의 입장을 듣고 독자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의협이 참여를 확정, 구체적인 시범사업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의협은 앞서 복지부에 직접 요청했던 설명회도 취소했다. 의협은 지난 21일 설명회를 통해 내부 의견을 취합하고 23일까지 시범사업에 대한 입장을 결정한다는 복안이었지만 의료계 내부 반대에 자진 철회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원격의료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 현재 입법 발의돼 있는 원격의료 법안을 국회에서 반드시 저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을 통한 원격의료 입법을 차단하지 않고 국회로 투쟁 무대를 옮겨 입법을 저지하겠다는 의협의 전략 변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의협 측은 전현직 국회의원과 잇단 만남을 갖는 등 대국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촉진이 불가능해 오진 위험성이 크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지역 의료체계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원격의료를 의료산업 육성의 핵심으로 삼고 의료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 결정의 시한은 이제 하루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