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앨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이들 세 남자에겐 공통점이 있다. 일찍이 사업에 뜻을 두고 창업을 결심, 현재는 모두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여느 한국 청년 재벌사업가들과 달리,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그 어떤 도움도 없이 백지 상태에서 지금의 기업을 일으켰다.
이들이 전 세계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뛰게 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외면하고, 아무도 가지 않으려 눈 감았던 길만 이들은 골라갔다.
문제아라는 손가락질도, 풍운아라는 놀림도 이들의 앞길을 막진 못했다. 도전을 하면 반드시 성공으로 마무리했던 이들의 질풍노도를 따라가 본다.
◇담대함과 끈기,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작년 말 미 포천지는 ‘올해의 기업인’으로 50인을 선정했는데, 그 중 1위가 바로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였다. 포천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성장을 이끈 그의 대담함과 끈기를 높게 평가한다”며 엘론을 1위로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엘론의 지휘 아래 지난해 테슬라의 매출은 20억달러(약 2조1200억원)를 돌파,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주가도 4배 이상 뛰었다.
엘론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업체인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였다. 지금은 로켓 제조사인 스페이스X의 CEO와 태양광업체 솔라시티의 회장도 맡고 있다.
포천은 “엘론은 (다른 기업인에 비해) 3배로 위협적인 존재”라고 표현했다. 올해 테슬라에서 받는 엘론의 연봉은 단돈 1달러. 하지만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그의 총 재산은 77억달러(약 8조원)에 달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엘론은 최근 자신의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모터스가 보유한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키로 했다. 경쟁사에 특허를 공유함으로써 우선 전기차 시장을 키우고 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일본업체가 내년부터 양산하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응한다는 목적도 있다.
엘론 머스크는 “공개할 보유 특허는 테슬라 전기차의 전기 구동장치와 동력 전달장치 등 핵심 기술로, 특허 공개가 전기차 시장을 키우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누구나 특허를 활용해 전기차 개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특허 공개 이유를 밝혔다.
테슬라 측은 “다른 전기차 업체가 특허 기술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소송을 걸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짝퉁’ 테슬라를 만들어도 상관없다”며 “기술 선도는 특허로 하는 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술자를 영입하는데 달린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완성차 업계에서 보유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는 것은 테슬라가 처음이다. 미국에 짓고 있는 초고속 충전 및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기술도 공개 대상이다.
엘론 머스크는 왜 이런 대담한 결정을 한 걸까. 업계는 시장 확대 속도가 느린 친환경차 시장 특성상, 이번 공개로 테슬라가 입을 타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담하지만 챙길 건 꼼꼼히 챙기는 머스크 CEO의 단면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혁신의 대명사, 제프 베조스
“데이터는 절대 버리지 않는다.”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한 말이다. 그냥 해본 말 같진 않은 게, 아마존닷컴에 로그인 해 들어가면 뜨는 ‘추천도서’라는 게 그렇게 정교할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사용자의 관심이나 기호도를 읽고 추적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서는 벌거벗겨진 느낌이랄까 불쾌한 감정마저 들 정도로 ‘적확’하다.
베조스가 아마존을 연매출 66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비결은 결국 ‘빅데이터’(Big Data)다.
아마존은 유통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을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접목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억명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한다. 과거 구매 이력이나 자주 찾아본 페이지 등을 참고해 최적의 추천 제품을 가린다.
베조스는 수백만 가지 물건을 가지런히 진열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구매할 확률이 가장 높은 제품 한 가지를 큼지막하게 보여주는 편이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을 높인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아마존 회원은 저마다 다른 초기 화면을 본다. 베조스 생각은 적중했다. 소비자는 자신만을 위한 상품 추천과 한 번의 클릭으로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된 편의성에 지갑을 열었다. 오픈마켓 비즈니스 모델로 전자상거래 업계를 먼저 지배했던 이베이의 아성을 무너뜨린 계기다.
아마존의 ‘빅데이터 행보’는 베조스가 지난해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주요 외신은 지금까지 나왔던 어떤 미디어 사이트보다도 정확도 높은 맞춤 콘텐츠 제공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독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와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광고를 함께 제시해 광고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조스는 앞서 킨들을 앞세워 사람의 독서 형태를 바꿔놓았다”며 “베조스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침체된 신문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적합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지독한 난독증으로 결국 고등학교 과정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변변한 정규교육조차 받은 바 없는 브랜슨 회장은 가장 기본적인 재무제표도 읽지 못한다. ‘창조경영의 아이콘’이자 세계적 경영컨설팅그룹 엑센츄어에서 ‘50대 경영구루’로 선정된 그가 말이다. 타임지는 그를 ‘지구를 구할 영웅’으로 치켜세운다. 왜일까.
고국 영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리처드 브랜슨의 영향력과 인기는 굉장하다. 브랜슨이 설립한 버진그룹의 로고는 영국 어딜 가든 쉽게 볼 수 있다.
비행기는 물론이고, 철도, 영화관, 음반매장, 호텔, 스마트폰, 복권, 콜라 캔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버진의 멋진 ‘V’ 로고를 보며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브랜슨을 떠올린다.
난독증으로 학교 성적은 늘 꼴찌였지만, 브랜슨은 축구와 럭비, 크리켓 등 모든 운동 종목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축구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더 이상 뛸 수 없게 되자, 그날로 학교를 중퇴해버린다.
그 대신, 기성의 규칙과 관습에 저항해 온 자신의 기질을 살려 학생 잡지 ‘스튜던트’를 창간했다. 학생도 아닌 고교 중퇴자가 내놓은 이 잡지는 날개 돋친 듯 팔려, 지금 버진그룹의 토대가 된다.
즐거움(Fun)을 원칙으로 삼는 브랜슨의 사무실에는 책상도, 비서도 없다. 그 흔한 컴퓨터 한 대 없는 그의 사무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직원들의 말을 듣기 위해서다.
브랜슨은 도전했던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진입하면 곧바로 싫증을 낸다. 연간 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버진그룹이 항공을 비롯해, 영화, 콜라, 음반, 화장품, 휴대폰, 헬스클럽, 결혼용품 등 총 360여개의 계열사로 이뤄진 이유가 바로 그의 ‘창조적 싫증’ 때문이다.
특유의 자유 분방함과 저항적인 스타일 때문에 ‘히피 자본가’로 불리는 그지만,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다.
브랜슨은 “고객이 바가지 쓰거나 푸대접 받고, 경쟁사들은 자기만족에 빠져있는 시장을 주공격대상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이 반대로만 하면, 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브랜슨의 논리다. 그만큼 고객에게 ‘펀’을 주는 데에는 탁월한 재능과 소질을 발휘하는 CEO다.
◇엘론 머스크 약력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생
-1995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제학 학사,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응용물리학과(중퇴)
-1999년 X닷컴(페이팔 전신) 창업
-2002년 스페이스X CEO 겸 CTO
-2006년 솔라시티 회장
-2008년 테슬라모터스 대표
-현재 엘론재단 회장
◇제프 베조스 약력
-1964년 미국 뉴멕시코주 출생
-1986년 프린스턴대 전기공학 학사
-1990년 뱅커스트러스트 부사장
-1994 디이쇼 수석 부사장
-1994 아마존 창업
-현재 아마존 회장
◇리처드 브랜슨 약력
-1950년 영국 런던 출생
-1967년 고교 중퇴. ‘스튜던트’ 잡지 창간
-1970년 버진 레코드 설립
-1984년 버진 애틀랜틱항공 설립
-1997년 영국 기사 작위 서훈
-2004년 버진 갤럭틱 설립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