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이융남 박사가 50년 만에 밝힌 `데이노케이루스`의 실체

지난 23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고생물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논문이 실렸다. 50년 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미스터리 공룡 ‘데이노케이루스’의 실체에 관한 내용이었다.

[과학 핫이슈]이융남 박사가 50년 만에 밝힌 `데이노케이루스`의 실체

이융남 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이 오랜 기간의 발굴과 추적, 복원과 연구 등을 거쳐 밝혀낸 공룡의 실체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고생물학계 50년 수수께끼는 지난 1965년 시작됐다. 몽골 고비사막을 탐사하던 폴란드팀이 특이한 공룡화석을 발견했다. 이 화석은 공룡의 양 앞발로, 2.4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였다. 학계는 이 화석을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Deinocheirus mirificus, 그리스어로 ‘독특한 무서운 손’이라는 뜻)’라고 명명했다.

이상한 모습의 앞발과 이어지는 다른 화석을 찾으려 했지만, 새 화석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데이노케이루스의 실체는 미궁에 빠졌다.

앞발만으로 공룡 전체를 예상하다보니 갖가지 추측들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것이 거대한 앞발로 인해 강력한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크고 흉포한 육식공룡이라는 예상이었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모습의 데이노케이루스 상상화도 떠돌았다.

국내 최고의 공룡학자 중 한명인 이융남 박사가 데이노케이루스와 관계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이 박사팀은 화성시가 지원한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2006~2011년)’ 프로젝트를 통해 2006년과 2009년, 몽골 남부고비사막 알탄울라와 부긴자프 지역에서 두 개체의 새로운 데이노케이루스 표본을 발굴했다.

먼저 2006년 알탄울라 지역에서 작은 크기의 공룡 화석을 발견했지만, 당시 데이노케이루스인지 모르고 넘어갔다. 이후 부긴자프에서 거의 완벽한 모습의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을 새로 발견했다. 이때 이 박사팀은 앞발 모양이 지난 1965년 발견됐던 미스테리 공룡 데이노케이루스와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부긴자프 표본에는 머리뼈와 발뼈가 도굴된 상태였다.

이후 벨기에 학자로부터 도굴된 화석이 벨기에의 개인 소장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장자는 이 박사팀의 줄기찬 설득에 지난 5월 화석을 몽골 정부에 반환했다. 반환된 발뼈의 발가락과 2009년에 발견한 발뼈 조작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같은 개체에서 나온 뼈가 틀림없었다.

이 박사팀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데이노케이루스 실체는 형태부터 식생까지 거의 모든 것이 그동안의 추측이나 예상과는 달랐다.

이번에 밝혀진 데이노케이루스는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의 전체 길이 약 11미터, 몸무게 약 6.4톤으로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한 크기였다. 머리와 등, 발가락이 독특한 형태를 가졌고, 타조공룡류에 속하는 잡식공룡이었다.

연구팀은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굴한 데이노케이루스 두 개체의 몸통 화석과 1965년 발견된 팔 골격, 반환된 두개골과 발 골격을 바탕으로 데이노케이루스의 완전한 복원도를 구현해냈다. 복원 결과 데이노케이루스의 거대한 팔은 타조공룡의 특징이며, 다른 그룹에 속한 짧은 앞발의 티라노사우루스와 비교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합리했다. 실제 머리뼈 크기는 타조공룡이 크게 자랐을 때의 예상된 크기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복원도를 통해 본 형태적인 특징은 긴 앞발, 기다란 주둥이에 오리처럼 넓적한 부리가 발달한 머리다. 단봉낙타를 연상케 하는 것 역시 이 공룡의 기이한 모습에 한몫했다. 발톱 끝은 뾰족하지 않고, 뭉툭하고 넓적했다. 이는 과거 어떠한 수각류(육식공룡)에서도 관찰된 바 없는 형태였다. 이는 데이노케이루스가 물가의 무른 지면에 발이 깊이 빠지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데이노케이루스는 전형적인 타조공룡들과는 다른 특징도 보였다. 타조공룡의 일반적인 특징처럼 이빨이 없고, 새와 비슷한 외형을 가졌다. 하지만 날렵하고 빠른 전형적인 타조공룡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거대한 크기로 성장했다. 뒤로 기울어진 골반과 강한 뒷다리, 긴 대퇴골, 큰 발은 데이노케이루스가 천천히 걷는 공룡이었음을 말해준다.

논란이 됐던 데이노케이루스의 특징적인 긴 앞발과 낫처럼 생긴 앞발톱은 물가에 낮게 자라는 줄기가 연한 식물을 파고 모으기 위한 구조로 해석된다. 또 발굴 중 뱃속에서 발견된 물고기 잔해와 1400개가 넘는 위석, 초식성임을 나타내는 머리뼈 특징은 데이노케이루스가 거대한 잡식공룡임을 말해준다.

이번 연구는 올해 고생물학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50년간 세계 공룡학계의 숙원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화석지인 몽골을 대표하는 상징적 화석 중 하나였던 데이노케이루스 미스터리를 한국 고생물학자가 주도해 완전히 해결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국인이 주도해 연구한 고생물학 논문이 네이처지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도굴됐다가 이번 연구를 위해 기증된 두개골과 발뼈 화석의 사례는 도굴되거나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중요한 화석들이 과학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처리돼야 하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생물학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 관장은 “공룡학계의 커다란 숙제를 해결하게 돼 고생물학자로서 매우 영광”이라며 “이번 성과가 침체돼 있는 우리나라 고생물학이 발전하는데 조그만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거대한 타조공룡류인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의 오랜 수수께끼 해결’이라는 제목으로 네이처에 게재됐다. 네이처는 이 논문을 금주의 주목받는 논문으로 선정해 소개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