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新 창업대국 중국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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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新 창업대국 중국의 힘

중국에서 발생한 ‘삼각(가격·기술·소비력) 파도’가 우리 산업에 쓰나미가 돼서 몰려오고 있다. 십수년은 거뜬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던 ‘대륙의 뱃놀이’는 마치 종이배처럼 위태로울 지경이다.

제조업에서 시작된 위기가 지식·서비스 분야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나라는 100여년 이전의 중국 속국이 될 처지다. 산업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향후 100년을 보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차이나 현상’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ICT산업 정책과 연구·학계를 두루 거치며 한중 산업관계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한 노 교수는 이를 ‘창업대국의 신흥 파워’에 의한 것이라 일갈했다. 지금은 대학교에서 후학 양성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눈에 잡힌 ‘차이나 파워’의 뿌리가 우리 정부의 어젠다와 오버랩됐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알리바바, 샤오미, 텐센트 등 요즘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산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중국 기업들이 하나같이 10여년 전 출범한 창업기업이란 것이다. 세계에는 수백년 된 기업부터 2차대전 이후 50~60년씩 업력을 쌓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곳이 수두룩하지만 중국엔 10여년차 창업기업들이 왕성한 성장기를 걷고 있다. 질풍노도의 인간 성장기처럼 이들은 글로벌 시장을 거칠 것 없이 휘젓고 있다.

이들과 전면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로 눈을 돌려보라. 주요 기업 창업자는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2~3세 경영 승계 과정에 있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성공과 확장 경험은 충분히 쌓았으나 무엇이 결정되고 추진되는 과정에서 전략적 결단력은 그대로 숙제로 남았다. 파격적이고 도전적 승부보다는 뭔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것을 찾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한때 세계인들이 ‘코리안’을 조롱하듯 내뱉은 말이 있다. ‘중국을 저렇게 우습게 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때 세계인들이 지금의 한국 위기까지 예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자기네들이 무시무시하게만 느끼는 중국을 한국만 유독 우습게 여기는 것에 ‘뭔가 숨겨놓은 카드가 있겠지’ 하는 묘한 부러움은 가졌을 것이다.

그 힘으로 우리나라는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무서운 기술 개발과 집중력으로 세계 스마트폰·디스플레이·반도체·조선 1위와 자동차 5위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제 그동안 써버린 에너지와 더 쓸 에너지를 찾고 있는 사이 중국이 치고 나온 것이다. 이제 진짜 중국을 두려워해야 하지만 너무 커버렸다.

제조업부터 인터넷·전자상거래까지, 창업에서 성장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자율 경쟁’과 ‘규제 제로(0)’의 환경은 신흥 창업대국 중국을 키운 자양분이다. 이런 창업기업들이 등장해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고 더 많은 청년들이 도전하도록 또 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으며, 이것은 절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옥토다.

중국인들이 즐겨하는 말 ‘長江後浪催前浪(양쯔강의 뒷 물결은 앞 물결을 밀고 간다)’은 ‘선순환’의 다른 말이다.

우리가 중국발 위기 앞에서 늦은 것 같지만 ‘창업’을 더 부르짖어야 하는 이유가 이것 말고 더 있어야 할까.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