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소재는 열을 전기로 변환시킬 수 있는 열-전기 에너지 변환소재로써 미래 에너지 효율화와 친환경 냉각기술에 이용할 수 있는 최첨단 연구분야이다. 모든 열기관의 70 %는 대부분 폐열로 버려지게 되는데 열전소재는 뜨거운 열원에 부착하여 열을 전기로 변환시킴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열전소재에 전기를 가하면 한 쪽은 차가워지고 한 쪽은 뜨거워지는데, 뜨거워지는 쪽을 계속 방열하면 차가운 쪽을 냉장고로 사용할 수 있다. 열전냉각의 장점은 프레온 가스와 같은 환경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무냉매 무진동 고체냉각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효율인데, 현재 재료의 열-전기 변환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물리적 원리를 제안하고 그것을 통해 신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열전소재 중에 많은 물질에서 위상부도체 현상을 보이는데, 위상부도체란 고체 물질 내부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이지만 독특한 위상학적 특성에 의해 고체 표면에서 아주 안정된 금속상태를 유지하는 물질을 말한다. 이 연구는 최근 고체물리학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로써 본 연구실은 위상부도체와 열전소재의 관계성 규명을 깊게 연구하고 있다. 또한 열전 신소재 또는 위상부도체 신물질을 개발하다가 우연 또는 필연적으로 한번 전류를 흘리면 전류가 영원히 흐르는 현상인 초전도체를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실은 응용 분야에서 열-전기 에너지 변환 신물질을 개발하고 그것의 저온 고자장 상태에서 양자물성을 연구함으로써 순수 고체 물리학연구에서부터 열전소재 응용 연구까지 넓은 범위를 연구하고 있다.
열전소재 세계최고 성능 50년 만에 달성
이에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연구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경희대 에너지소재 양자물성연구실 (책임교수 이종수) 이다.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이 교수는 2010년 9월 열전소재의 학문적 연구를 위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이후 불과 1년이 조금 넘어서 신임교수로서는 아주 이례적으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 도약과제를 수주하는 등 이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기 시작하였다. 2014년 11월 현재는 13억 원의 연구 장비투자와 함께 연구교수 1명, 박사후 연구원 2명, 대학원생 9명 등 총 13명의 연구원을 거느린 중견 연구단으로 부임 후 짧은 기간에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연구분야는 연구실 이름에서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크게 응용(에너지 소재 개발)과 순수물리연구(양자물성)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응용연구는 연구실의 주 연구 주제인 열전소재(thermoelectric materials)라는 에너지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실의 구성원으로는 책임교수인 이종수 교수를 비롯하여 연구교수 1명(송유장), 박사 후 연구원 2명, 대학원생 8명, 석사연구원 1명, 행정원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원들의 전공은 대부분 고체물리 실험이지만 박사 후 연구원으로써 고체물리 이론 1명(윤재현), 나노소재 합성 1명(Lydia)이 있고, 화학 및 화학공학 전공자가 4명이 있어서 <이론→화학 및 고체합성→기본물성 측정→저온 고자장 양자물성>을 잇는 고체물리/재료/화학의 융합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교수는 2005년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현재 경희대에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당초 이종수 교수의 박사학위 주제는 자성체 신물질 개발과 극저온 고자장에서의 양자물성 연구였으며,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초전도체의 단결정 성장과 자성특성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교수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보이는 고체 신물질의 개발이 주 연구 분야였는데, 독일에서 연구원을 하던 2007년 초 “이렇게 연구하다가는 남들 하는 것만 따라가는 사람으로 살겠다. 어떻게 하면 남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열전소재 분야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열전소재는 당시 50년 동안 연구해서 연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물리학 쪽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분야였다. 그러나 이 교수는 앞으로 연구의 대세는 에너지가 될 것이며 자신이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 동안 자성체와 초전도 연구를 수행하면서 쌓은 내공을 열전 쪽으로 풀어내면 뭔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열전분야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2007년 중반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당시 삼성종기원에서는 재료분야 연구를 육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아무 실험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성균관대로 주 3회 외근을 다니면서 실험하다가 입사한지 불과 1년 만인 2008년 9월 인듐 셀레나이드라는 재료에서 n-형 열전소재로는 세계최고 성능을 50년 만에 달성하였고, 그 연구결과는 2009년 6월 네이쳐(Nature)지에 발표되어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과의 산학협력 및 다양한 연구과제로 응용분야 넓혀
본 연구실은 산학협력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현재 LG전자, 삼성전자, SK Innovation,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는 열전소재 응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LG전자와는 고체냉각 열전소재 개발을, 삼성전자와는 에너지 하비스팅 열전소재, SK Innovation과는 중온영역 에너지 발전소재 연구를, 그리고 국방과학연구소와는 열전소재의 국방응용 연구를 목표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협력체계는 <열전냉각, 에너지 하비스팅, 열전발전>에 이르는 열전소재의 응용분야를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으로는 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 도약과제가 가장 큰 과제이며 현재 2단계 연장 평가를 앞두고 있다. 얼마 전 일반연구자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부터 에너지미래기술과제를 위탁연구하고 있다. 또한 연구재단 나노원천소재 과제를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여 활발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고가의 실험장비 구축으로 불철주야 연구매진
본 연구실의 실험장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PPMS Dynacool이라는 8억 5천만 원짜리 고가의 실험장비가 가동되고 있다. 이 장비는 영하 271도에서 상온까지 (자기적 특성은 600 oC까지) 최고 자기장 14 Tesla의 극한 환경 하에 물성을 측정할 수 있다. 측정할 수 있는 물성은 전기저항, 홀저항, 전류-전압 곡선, dI/dV 등의 전기적 특성에서부터 열전도도, 제벡계수, 비열 등의 열적 특성, 자기화 등 자기적 특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물성을 측정할 수 있으며, 시료 회전장치 및 자기화 고온 옵션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장비는 현재 국내에 4대만 입고되어 있으며, 개인 연구비로 구입한 경우는 이종수 교수 연구실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기관이 구입하였다.
이 외에도 측정장비로는 고온 열전물성 측정 장비, 고온 열전도도 측정 장비가 있으며, 합성장비로는 각종 전기로 4대, 진공 브릿지만 단결정 성장로, 케미컬 후드, 진공 고온 고압 소결장비, 글로브 박스 등이 있다. 시료 가공장비로는 냉간 압축성형기, 다이아몬드 절삭기 등이 있고, 기타 현미경 등을 보유하고 있어서 나노합성, 고체시료 합성, 단결정 성장, 저온 고자장 양자물성, 고온 열전물성 등의 열, 전기, 자기물성을 마음껏 측정할 수 있다.
국내 열전소재의 신물질 개발과 상용화에 앞장서
앞으로 본 연구실은 국내 열전소재의 신물질 개발과 상용화에 앞장서는 한편, 신물질의 양자물성 연구로 순수 고체 물리학의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연구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원들이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교수는 “기업체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실용화 연구에 결실을 맺어 사업화 및 기술이전을 통해 열전소재가 우리 실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연구결실의 큰 목표로 삼고 있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또한, 연구실은 n-type 열전 발전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을 보유하고 있어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연구실로 평가받고 있다. 이종수 교수는 국제 재료학회 및 열전학회 등 국내외 유명 학회에서 초청강연 연사로 1년에도 10여 번 발표하고 있으며 열전분야 세계 최고 연구실인 미국 Northwestern대학과도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4년이라는 매우 짧은 시간에 13억 원의 연구장비 투자, 박사급 3명을 포함 13명의 중견 연구실로 성장하였다.
“정부와 기업체의 협력 및 지원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지속된다면 조만간 세계 최고 성능을 갖는 신소재 개발로 국내 대기업들 간의 상생을 통해 국가 산업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또한 이종수 교수는 물리학자로써는 유일하게 시인으로 등단하여 문단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00년 문학세계로 등단한 이후 작년과 올해는 세계문학상과 황금찬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한국문인협회, 문학넷 작가동인 등으로 작품 활동하고 있으며 이청진이라는 필명으로 ‘호수 속에 내 모습 잃어버렸네’라는 시집을 발간한 바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미래전략팀 한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