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정부 vs 산업계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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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 추이와 2020년 목표

정부가 202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욱 강화한다. 산업계는 2020년 중기 감축목표 달성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운다며 반대에 나설 움직임이다.

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총리실에 온실가스 정책 관련 부처를 모아 ‘포스트 2020 TF(가칭)’를 구성, 2020년 이후 국가 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에 착수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2020년 이후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기후 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하고, 내년 4월 1일까지 협정 초안을 만든 뒤 12월 열리는 파리 총회에서 협상을 끝내기로 한 일정에 맞춘 작업이다.

TF는 늦어도 내년 9월까지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해 국제 사회에 공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줄이겠다는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전제 조건으로 반영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국제 사회에 발표한 2020년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2030년 이후 감축 목표 설정을 그 연장선상에서 계획할 것”이라며 “산업계가 지금까지 주장해오던 배출 전망치 재산정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재설정을 또다시 요구하겠지만 (수용할 수 없음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직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도 “중기 감축 목표를 국제 사회에 공언한 만큼 장기 감축 계획은 이 목표 달성을 기본으로 수립하는 것”이라며 “중기 감축 목표를 바탕으로 오는 2030년까지 추가로 더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되, 중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시 장기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이미 중기 감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한 계획을 세우려 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전망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이라 앞으로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않는 한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정부가 추정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는 7억7610만CO₂톤이다. 여기서 30%를 감축하면 배출 허용 총량은 5억4300만CO₂톤이다. 하지만 지난 2012년 6억8830만CO₂톤을 기록하며 이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다. 산업계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매년 2% 이하 수준으로 경제 성장률을 낮게 잡아도 중기 목표 달성이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산업구조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쉽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철강 분야는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더 이상의 감축은 불가능에 가깝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 분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것은 공장을 돌리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의견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중기 감축 목표 달성이 이미 불가능하고 배출 전망치 설정이 잘못됐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포스트2020 계획 수립 시 배출 전망치와 감축 목표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나 배출권거래제 시행 효과를 검증하지 못한 지금 상태에서 중기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단정하고 장기 목표를 별개로 설정하자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 추이와 2020년 목표, 배출전망치 비교 / 자료:환경부>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 추이와 2020년 목표, 배출전망치 비교 / 자료:환경부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