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붙은 美 망중립성 논쟁, 왜 결론 못 내나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을 완화시키는 형태의 새로운 규정 개정안을 조만간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가 관심사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FCC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가도, 외국 순방 중에는 또다시 엄격한 망중립성을 요구하는 온라인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톰 휠러 의장이 “백악관이 우리 생각에 동의했다”고 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이 온라인 선언으로 이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 건 언뜻 보면 갈지자 행보다.

백악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 내에서 맞서는 신시장 창출, 통신업계의 투자 수익 보전과 자율경쟁체제 마련이라는 논리에서 비껴나면 백악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통신망 트래픽 유발 기업인 구글·페이스북 등에 초점을 맞추면 차원이 약간 달라진다. 통상 통신산업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대외, FCC가 대내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스페인 등 EU를 중심으로 자국 내 콘텐츠를 활용해 글로벌 인터넷 업체가 수익을 얻으면 이용료를 부과하자는 ‘구글세’ 논의가 일어나고 있고, 신규 망 투자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 역시 데이터 트래픽 기반 접속료 산정방법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모두 미국 닷컴 기업들이 자국 인프라에 대해 무임승차하는 것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다.

이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참석을 위해 해외 순방 중 온라인을 통해 입장을 표명한 건 다른 각국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메건스미스 구글 부회장을 CTO로 영입해 미리 교감을 나눴다.

반면 미국 내 통신 인프라 투자를 위해 자국 인터넷전송망사업자(ISP)를 다독일 필요성도 있다. 그 역할을 FCC가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망중립성 유무 논란은 이미 모든 통신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하고 법률로 규제하는 한국과 직접 관련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데이터 접속료 부과정책, 콘텐츠 업체와의 수익 배분 문제에는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FCC는 지난 5월부터 일종의 급행료를 받고 프리미엄망을 제공하는 ‘피어링’ 계약을 허용하는 규정개정을 추진해 왔다. 톰 휠러 FCC 의장이 “망중립성과 피어링 계약은 다르다”라고 했지만 일반적으로 망중립성이 완화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업체는 이같은 제도 개선과 별도로 이미 버라이즌·컴캐스트 등 이동통신·케이블 업체에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