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계좌번호 암호화 안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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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은행·증권 등 금융사는 계좌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7·31 정부합동 개인정보 정상화대책의 후속조치로 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 상충하는 법에 대한 수범대상과 관련 감독기관을 정비 중이다.

18일 금융위는 정보통신망법의 계좌정보 암호화 조항 적용 대상에서 금융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좌정보를 다수 보유했지만 온라인·모바일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다수 은행·증권사는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조항의 암호화 규정 때문에 그간 큰 혼란을 겪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정보 유출 사고 이후 범정부종합대책에서 법률 간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며 금융사는 신용회사로 분류해 정통망법과는 무관한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면서 “금융사의 계좌정보 암호화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7일 시행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장 제15조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은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저장·전송될 수 있게 주민등록번호와 계좌정보 등 금융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주민등록번호만 암호화해야 한다는 신용정보법과 계좌번호까지 모두 암호화해야 한다는 정보통신망법이 상충된 것이다.

이에 금융사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해당되는지가 논란의 쟁점이었다. 금융위는 금융사를 금융위원회 소관의 신용정보법 적용 대상으로 분류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뉴스의 눈

계좌번호 암호화 이슈는 금융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확한 유권해석이 없어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금융사는 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암호화해야 하는지 갑론을박이었다.

이번 법체계 정비로 일단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계좌정보 암호화 논쟁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도 이번 금융당국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다수다.

한 증권사 임원은 “계좌정보를 암호화하려면 시스템의 구조 자체를 변경해야 하는데 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금융감독원에 문의해봐도 공식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 대형 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계좌번호를 개인정보로 보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며 “계좌번호까지 암호화할 경우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고 유출된 계좌정보가 실제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신용정보법·전자금융거래법·개인정보법뿐만 아니라 금융지주회사법·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 각종 법체계가 뒤섞여 벌어진 혼선이 현장에서 나타났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이에 금융위는 총리실 산하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차원 협의를 진행해 왔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시 결정 사항을 반영할 계획이다. 정보통신망법에서 금융사는 배제키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통망법을 과도하게 금융 분야까지 적용하려다 보니 엮이는 부분이 있었다”며 “계좌정보 암호화 등 정통망법 조항은 금융사에 적용되지 않으며 정통망법에서 규정한 전기통신 사업자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