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그래핀’ 상용화로 ‘탄소소재강국’ 꿈 시동 나서다

우리나라는 TV와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 세트 산업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관련 소재·부품의 원천 경쟁력은 한참 뒤처져 있다. 일부 국산화를 이루긴 했지만 여전히 소재 대부분은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슈분석]‘그래핀’ 상용화로 ‘탄소소재강국’ 꿈 시동 나서다

하지만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탄소나노소재 분야만큼은 예외다. 소재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부터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탄소소재 개발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탄소섬유를 비롯해 탄소나노튜브(CNT), 그래핀에 이르기까지 초기 단계 기술력은 탄탄하다.

국가별 그래핀 기술 출원동향을 봐도 우리나라의 화학기상 층착법(CVD) 방식의 그래핀 특허건수 세계 점유율은 30% 이상이다. 특히 CVD가 박리 방식보다 고품질의 그래핀을 얻어낼 수 있는 기술인데다 미국특허의 상당수가 한국출원인임을 감안하면 원천기술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이 한발 앞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값싸고 품질 좋은 소재를 대량으로 생산해 내야 하는 실용화 단계에선 부실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그래핀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연구 차원의 소량 생산이 아닌 대량 생산을 위한 제조기술 개발과 활용처별 소재 다양화 등 상용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그래핀 제조, 파일럿 생산 수준

현재 국내 업체 가운데 그래핀 원소재의 대량 양산에 성공한 업체는 없다. 포스코, 한화케미칼, 솔브레인, 대주전자재료 등에서 개발하고 있으나 대부분 연구 개발 초기단계이거나 소량의 파일럿 생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포스코는 철강 제품 생산 시 발생되는 부산물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그래핀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대외적인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미국 탄소나노소재 전문 연구 업체인 XG사이언스의 지분 19%를 확보하며 기술협력을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국내에서는 대주전자재료가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A사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계약을 체결해 첫 양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양이 매우 적은 데다 가격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브레인은 올해 하반기부터 국책과제로 월 10톤 규모의 산화그래핀 제조공정 기술 개발에 나섰다. 60억원이 넘는 사업이라는 점과 월 10톤이라는 대규모 생산 기술 개발이라는 점 때문에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업계 이목을 끌었다. 향후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그래핀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중간재라 할 수 있는 그래핀 잉크와 페이스트 제품 개발에서는 동진쎄미켐과 창성이 뛰어들었다. 양사 모두 정전기방지(ESD),전자파차폐(EMI)용 제품을 개발 중이다. 동진쎄미켐의 경우 개발은 끝냈지만 고가의 원소재 수급 등의 문제로 대량 생산에는 아직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그래핀 합성장비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엔피에스도 단층의 대면적 그래핀 개발에 성공했으나 아직 수요가 없어 대규모 양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CNT의 전철을 밟을 수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CNT와는 분명히 차별화된 특성이 있고 무엇보다 쉽게 대면적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특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가기 위해서는 가장 이상적인 소재라 조만간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 실용화 위한 지원책 고민 나서

정부는 응용분야와 연계해 그래핀 소재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 왔다. 하지만 지난 3년간 1600억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사업화로 이어진 곳은 없다.

정부는 그동안 미래의 새로운 산업 창출을 위한 차세대 전자소자 원천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그래핀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해 왔고, 단기적으로는 투명전극, 에너지, 센서, 전극 소재, 방열 복합 소재 등의 상용화에 노력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분야 연구사업 자체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긴 힘든 구조지만 상용화 속도가 너무 더딘 것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이에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분야별 전문위원을 정해서 그동안의 연구개발 실태와 상용화 부족 문제 등 진단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상용화가 많이 이뤄지는 그래핀 파우더는 원소재를 만드는 곳이 전무하고, 대부분 중간재·응용제품에만 치중하다 보니 값싼 원소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이 분야 개척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