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양자난수생성기 칩으로 만든다...전문가 "상용화로 통신보안 혁신 이룰 것"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기를 상용화할 수 있는 칩으로 만든다. 크고 비싼 탓에 대중화가 어려웠던 양자난수생성기 크기를 줄이고 가격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도청이나 감청이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저렴하게 구현,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 등 통신 전반에 대대적인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화 작업에 돌입했다. 세계적으로도 상용화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제네바대학 및 IDQ와 업무협약을 연내 맺기로 했다. 제네바대 연구팀은 지난 5월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로 빛을 촬영하는 기법으로 쉽게 양자난수를 생성하는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양자난수생성기 칩화에 성공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SK텔레콤은 내년 하반기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난수(Random Number)란 완벽하게 무질서한 숫자로, 통신 기밀을 암호화하는 핵심 요소다. 지금까지는 기술적 한계로 ‘의사난수’ 즉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유사 난수를 사용했다. 이는 예측 가능해 보안 문제가 있었다. 양자기술에 기반을 둔 양자난수는 ‘순수난수(True Random Number)’로 불린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이전에 생성된 숫자와 연관되지 않아 어떤 방법으로도 추정이 불가능하다. 이를 이용한 양자암호통신은 도·감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양자난수생성기 자체는 현재 상용화됐다. 그러나 크기가 크고 가격도 1500달러(약165만원) 이상이어서 주로 군통신 등 연구 및 특수 분야에만 사용한다. SK텔레콤은 이를 칩 크기로 만들고 가격도 1달러 이하로 낮춰 모든 일반 통신기기에 적용한다는 목표다. 대만을 포함한 국내외 팹리스 업체에 설계를 의뢰하기로 하고 협력업체를 물색 중이다. SK하이닉스를 통한 대량생산도 점쳐졌다.

전문가들은 양자난수생성기 칩화가 실현되면 통신시장 전체에 혁신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동통신 단말기는 물론이고 PC, 셋톱박스, 스마트TV, 블루투스 기기, 사물인터넷(IoT), 스마트그리드, 자율주행자동차 등 모든 통신기기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보안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비를 포함, 양자암호통신 시장규모는 2020년 54억달러(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양자난수생성기로 만든 순수난수는 슈퍼컴퓨터로도 뚫을 수 없는 완전한 보안을 제공한다”면서 “이동통신 단말기와 사물인터넷 기기 등에 QRNG칩이 들어간다면 막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