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4나노 핀펫 적용한 애플 A9 양산 돌입

양산 첫 단계인 만큼 미국 오스틴에서만 생산라인 가동

삼성전자가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에 적용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9’ 양산을 시작했다. 시스템반도체용 첨단 미세공정인 14나노미터 핀펫(FinFET)을 처음 적용한 것으로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14나노 핀펫 기술을 적용해 애플의 A9 양산을 시작했다. 핀펫 공정으로 양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은 미국 오스틴과 한국 기흥에 갖췄으나 양산 첫 단계인 만큼 오스틴에서만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14나노 핀펫 칩 양산을 올 연말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언급해왔으나 애플로부터 A9 칩 생산 수주 여부나 실제 양산라인 가동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회사는 14나노 핀펫 공정의 수율에 자신감을 보였고 완제품 수준의 샘플도 일찌감치 공급했다.

오스틴 공장이 정식 양산을 먼저 시작한 것은 애플 측의 요청으로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생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차세대 칩의 성능 보안, 공급 등의 문제 때문에 오스틴 공장을 선택했다는 예측이다.

A9 칩 양산으로 삼성전자는 끊겼던 애플의 파운드리(수탁생산) 물량을 복구하고 TSMC와의 14나노 핀펫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됐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특허 소송을 벌이면서 AP 생산을 사실상 중단했다.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 기술을 선점하면서 실질적인 협력에 다시 물꼬를 튼 셈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만 TSMC가 16나노 핀펫플러스(16FF+) 공정의 위험생산(리스크 프로덕션)을 시작했고 당초 3분기로 예상했던 칩 생산을 7월 수준으로 앞당기며 채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삼성전자와 TSMC를 오가며 A9 칩 생산물량을 조정하고 있어 향후 TSMC 양산 라인이 안정되면 어떤 방식으로 견제할지 알 수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애플 물량이 끊기면서 타격을 입었다. 증권가에서는 전체 반도체 사업은 호황이지만 파운드리 사업을 포함한 시스템LSI 사업부문이 올해 약 8000억원대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애플 A9 생산 수주로 영업 손실을 일정 수준 이상 회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양산용 웨이퍼를 투입했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애플로부터의 물량 수주 여부나 구체적인 생산 공장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