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중앙회 밴(VAN) 리베이트 갑질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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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가 다섯 개 밴(VAN)사에 결제 수수료의 80%에 가까운 리베이트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가 밴사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 수수료를 받은 대형 가맹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까지 부과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밴 리베이트는 음지에서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특히 밴사 매출을 좌우하는 대형가맹점의 갑질 행태로 밴 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역마진까지 발생시키면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본지가 입수한 농협중앙회 통합 밴 운영안과 복수 밴사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소속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 단위농협 유통매장 등이 밴사로부터 결제 한 건당 70~90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밴사의 결제 수수료(밴피)는 결제 건당 100원 수준이다. 약 80%에 가까운 수수료를 다시 리베이트로 챙기는 구조다. 농협 하나로마트 등은 결제건수가 많은 대형 가맹점이어서 리베이트 요구를 거절하면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밴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리베이트를 수년간 제공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연간 받는 리베이트만 수백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행 계약을 맺은 밴사는 한국정보통신(KICC), 금융결제원(KFTC), 케이에스넷, 스마트로, KIS정보통신 다섯 개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밴사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뿐만 아니라 단위농협 유통매장까지 합치면 리베이트 규모는 엄청나다”며 “다음 달 밴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밴 리베이트를 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농협중앙회는 오는 3월 2일 하나로클럽 등 유통사업이 개정된 농협법에 따라 ‘농협하나로유통’ 법인을 별도 설립할 예정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단위농협과 유통 매장별로 제공되던 밴 리베이트도 신설 법인에서 별도 관리하는 것을 검토 중으로 알고 있다”며 “개정 여전법에 따라 밴 리베이트가 올 하반기 전면 금지될 가능성이 높아 그 전에 계약을 체결해 리베이트 금지 법망을 피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밴사들이 무리한 리베이트를 제공해서라도 계약을 유지하려는 것은 수수료의 80% 이상을 제공해도 워낙 결제건수가 많아 수익이 남는 장사기 때문이다.

농협과 통합 밴 계약을 체결한 한 밴사 관계자는 “밴사 매출을 좌지우지할 대형 가맹점 중 하나여서 계약을 하지 못하면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섯 개 밴사는 이 같은 리베이트를 수년간 제공하고 있지만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반면에 다가오는 농협중앙회 밴 계약과 관련해 일부 신규 밴사는 벌써부터 다른 형태의 밴 리베이트를 농협중앙회에서 간접적으로 요청해왔다고 폭로했다.

농협중앙회의 관리체계 부재도 한몫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가맹점 제재 이후 농협중앙회는 하나로마트 등에 일시불 현금수령, 무상장비 보조지원, TV설치 요청 금지 등 불공정 행위를 하지 말라고 공문까지 내렸다. 하지만 밴 리베이트 수수는 해결되지 않았고 지금도 버젓이 장려금 명목으로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밴 리베이트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