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67P혜성)은 잘 튀겨낸 아이스크림같은 구조다. 외부는 딱딱하고 내부는 솜사탕같다.’
美항공우주국(NASA,나사)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인류최초로 탐사로봇을 착륙시킨 67P혜성이 이같은 성질의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도 과학자들은 67P 혜성탐사선 로제타가 보내온 데이터를 통해 이 혜성의 표면이 딱딱한 껍질같고 내부는 부드럽다는 사실까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구성돼 있고 이것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이번에 처음으로 드러났다.
■아이스박스로 67P혜성의 내부 구조 실험
머시 구디파티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박사는 물리화학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혜성은 바싹 튀겨낸 아이스크림같다”고 말했다.
그는 히말라야라는 이름의 얼음 모의실험기 실험 결과를 토대로 “67P 혜성의 겉껍질은 수정같이 단단한 얼음으로 돼 있고 내부는 더 차갑고 공기구멍도 더 많다. 혜성의 표면층은 초콜릿층 같은 것으로 덮여져 있다”고 설명했다.
구디파티 박사는 실험에서 솜사탕같은 67P혜성 표면의 부드러운 얼음은 태양쪽으로 다가감에 따라 온도가 오르고, 이에따라 점점더 수정처럼 단단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혜성의 지각이 어떻게 딱딱하게 됐는지도 알아냈다. 이들은 작은 기공들로 이뤄진 비정형 얼음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런 상태에서 물증기 분자는 영하 243°C에서 급속냉동됐다.
혜성은 이처럼 잘 정렬되지 않은 상태의 분자들을 보존하게 된다. 물분자들은 유기물처럼 다른 분자와 혼합돼 언 채로 남아있게 된다.
이 비정형 얼음은 솜사탕처럼 가볍고 솜털같으며 공기주머니로 가득차 있다.
과학자들은 이 상태에서 히말라야라는 별명의 아이스박스(저온유지장치)를 사용해 30켈빈온도(1켈빈온도=-273.15°C)인 이 비정형 얼음 혼합물의 온도를 150켈빈 온도까지 천천히 올렸다.
■우주공간에 있는 유기물 주입해
이는 태양을 향해 다가가면서 점점더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 67P 혜성의 상태를 그대로 본뜬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또 이 얼음을 혜성의 구성물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우주공간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PAH로 불리는 유기물인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多環芳香族炭化水素)를 주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캘리포니아공대의 안티 리그넬 박사는 “얼음속에 있는 PAH는 서로 단단하게 뭉쳤고 본체인 얼음이 수정처럼 단단해지자 얼음으로부터 밀려났다”고 실험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이는 얼음의 상전이(相 轉移)에 따른 분자결합을 최초로 관찰한 것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이 결과는 얼음의 화학과 얼음의 물리학과 관련한 많은 중요한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PAH유기물이 혼합돼 있던 얼음본체로부터 밀려 나옴에 따라 물분자들은 서로 결합해 수정같은 얼음처럼 더 단단하고 촘촘한 구조를 가지게 됐다.
구디파티박사는 “우리가 실험실에서 목격한 유기물이 맨위에 있는 수정같은 혜성의 겉껍질(지각)은 우주에서 로제타탐사선이 제공했던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가 밝혀낸 67P혜성의 구조는 바싹 튀겨낸 아이스크림같았다.
혜성의 내부가 차가워야 했고 더 많은 공기구멍을 가진데다 비정형 얼음이어야 했는데 이는 우리가 디저트로 먹는 튀긴 아이스크림과 정확히 일치했다.
■지구상의 물의 기원 알아낼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혜성의 구성성분을 알아냄으로써 초창기 지구의 물과 유기물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를 아는 중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제타탐사선 임무를 통해 알아낸 새로운 결과는 소행성이 생명체 구성성분을 옮겨온 주요이동경로였을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혜성의 구조의 구조를 밝혀내면 이같은 논란을 종식시킬 실마리를 얻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디파티 박사는 혜성을 지구생성의 역사는 물론 우리태양계 전체의 탄생에 대한 열쇠를 담고 있는 캡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혜성을 얼마나 이해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미래의 임무는 혜성의 차가운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도록 돼 있다. 이는 우리에게 이들의 비밀을 온전히 풀어내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구상의 물은 소행성에서 왔나, 혜성에서 왔나?
지구상의 물은 어떻게 존재하게 됐나?
대다수 과학자들은 물이 지구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 태양계의 그 어떤 곳에서부터 온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하지만 소행성에서 왔는지 혜성에서 왔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유럽우주국(ESA)이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로제타탐사선을 보낸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답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67P혜성 궤도탐사선 로제타호는 싣고 있는 이온중성분석용 스펙트럼분석기기 로시나를 사용해 67P혜성의 궤도를 돌면서 이 혜성 대기의 냄새를 맡고 성분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67P혜성의 대기에서는 듀테륨수소비율(D/H ratio)이 지구의 물에서 측정된 그것과 다르게 나타났다. 로시나의 혜성대기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67P 혜성의 D/H 비율은 지구의 그것에 비해 3배를 넘었다. 이는 태양계에서 측정된 것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인데 67P혜성이 지구 물 형성의 기원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혜성마다 D/H비율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구상의 물이 혜성에서 왔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D/H비율은 일반 수소동위원소보다 무거운 듀테륨인 중수소와 수소의 비율을 말한다. 이는 서로 다른 단계에 있는 행성의 역사를 비교할 수 있는 신호를 제공한다.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물체에 들어있는 듀테륨 수소비율(D/H, Deuterium/Hydrogen ratio)을 측정, 비교함으로써 이 물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내게 된다.
ESA과학자들은 지난 해 12월 밝혀낸 67P 혜성의 D/H비율 분석결과에 따라 일단 지구의 물은 이 혜성보다 늦은 시기에 작은 천체로부터 와서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느 작은 천체가 지구의 물을 형성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3가지 가능성을 보이는 천체는 목성으로부터 온 소행성같은 작은 천체, 해왕성궤도 안에서 형성된 오르트구름혜성(Oort cloud comets), 그리고 해왕성 궤도 바깥에서 형성된 카이퍼벨트(Kuiper Belt)혜성이다.
전자신문인터넷 국제팀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