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창조적 기술 혁신에도 `가격은 오히려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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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달 초 출시한 퀀텀닷TV인 ‘SUHD TV’ 가격을 55인치는 549만원, 65인치는 790만원으로 책정했다. 기존 UHD TV보다 화질 개선을 위해 ‘퀀텀닷(QD) 필름’을 추가하고 ‘나노 크리스털 기술’을 적용했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기존 프리미엄 제품보다 10% 이상 낮췄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2015년형 일체형PC(24인치)는 개인 클라우딩 서버인 ‘홈드라이브’를 처음 적용하고 모니터 크기도 23인치에서 1인치 늘렸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지난해 모델(128만원)보다 8만원 내린 120만원으로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홈드라이브에만 수십명의 개발자가 투입됐지만 원가절감 노력으로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가 소비자가전 제품에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다. 과거 기능 업그레이드 또는 프리미엄화로 가격을 올렸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기능만 봤을 때는 가격 인상요인이 충분했다. 이 때문에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예상했었다. 삼성전자의 아이디어 혁신 제품으로 최근 처음 공개한 세탁기 ‘액티브워시’도 마찬가지다. ‘애벌빨래(본세탁 전 손으로 하는 빨래)’를 위한 전용 판(싱크대)을 마련했음에도 가격은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가 올해 선보인 애벌빨래 지원하는 세탁기 `액티브워시`
<삼성전자가 올해 선보인 애벌빨래 지원하는 세탁기 `액티브워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애벌빨래를 위한 싱크대 재료비 정도만 가격 인상에 반영했을 정도로 저렴하게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사가 올해 주력 모델에 대해 낮은 가격 정책을 펼치는 데에는 대중화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겠다는 의지도 있지만 침체된 수요를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품 원가에 일정 마진을 더해 가격을 책정하지만 얇아진 고객 지갑을 고려해 최대한 부담을 덜 주겠다는 것이다. 가전업체 한 관계자는 “가격 정책은 기본적으로 경기를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전제품 판매는 쉽게 늘지 않고 있다. 대기업 가전 유통 임원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판매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도 아직 회복을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GfK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TV·가전·IT제품 시장규모는 20조658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 줄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4분기 시장규모는 4조9400억원으로 5조원을 밑돌았다. 2011년 4분기 시장규모는 6조600억원이었으며 2012년과 2013년 4분기에도 각각 5조4400억원과 5조9300억원에 달했다. 시장규모가 1조원 안팎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해외 직접구매(직구)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는 반응이다. 최재섭 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형 유통업체도 직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직구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며 “불황이 가격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겠지만 직구 시장이 커지는 것도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