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결국 자체 게임셧다운 실시…결정권 침해 vs 학습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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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이 이달부터 심야시간 게임접속 차단에 들어갔다. 2009년 한국과학기술대학(KAIST)에 이어 두 번째다. 자율권 침해라는 반발과 함께 인재 양성을 위한 최소한 제동장치라는 의견이 충돌했다.

포스텍 결국 자체 게임셧다운 실시…결정권 침해 vs 학습권 보호

학생과 학교가 게임을 사이에 두고 우회와 차단을 반복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포스텍에 따르면 이 학교는 이달 1일부터 학내 기숙사, 연구원 숙소(독신자), 대학원 아파트 등 주거지역 전체에서 새벽 2시부터 7시까지 게임접속을 막았다. 일주일간 개인당 인터넷 제공량도 100GB로 상한선을 뒀다.

포스텍이 강제 게임접속 차단에 나선 것은 공동생활 규율 확립차원이다. 포스텍은 원칙적으로 학내 구성원(학부생, 대학원생) 3400여명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2인 1실 등 같은 공간을 공동으로 쓰는 만큼 일부 학생의 심야 게임접속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텍 관계자는 “사용량이 많은 일부 유명게임을 대상으로 트래픽 차단을 시작했다”며 “심야시간 게임이용으로 동거인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보고되는 등 부작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내에서는 게임 셧다운 제도가 학업에서 도태된 학생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포스텍에 다니는 한 학생은 “포스텍은 공부량이 상당해 제대로 학업을 하면 게임에 집중하기 힘들다”며 “입학은 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는 학생들이 게임에 몰두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 학교 측 시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텍은 게임 셧다운을 실시하며 수면권 보장과 함께 게임 과몰입에 따른 학생 개인 학업·생활 문제를 배경으로 지목했다.

게임 셧다운에 반발이 만만치 않다. 포스텍은 게임 셧다운제 도입에 학생들이 불만을 표시하자 당초 오후 11시였던 게임접속 차단 시작 시간을 새벽 2시로 미뤘다.

포스텍 출신 한 게임 개발자는 “학교가 게임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대표적 창조산업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게임 관련 행위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텍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게임으로 수면권이 침해당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강제로 게임접속을 막아버리는 것은 실효도 없을 뿐더러 대학에서 하기에는 저차원적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실효성도 논란이다. 게임접속을 차단했지만 여전히 일부 게임은 이용이 가능하다. 또 이공계 학교 특성상 우회접속 등 접속을 피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학교 관계자는 “해커 수준 학생도 많은데 사실 게임접속을 완벽히 막기는 어렵다”며 “학교와 학생이 ‘숨바꼭질’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주로 기혼자 숙소로 활용하는 대학원 아파트까지 게임접속과 인터넷을 제한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의견이 나온다.

포스텍은 한 학기 동안 심야게임 셧다운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심야 게임셧다운은 공동생활 규율확립을 위한 최소한 장치로 봐달라”며 “학생회 등과 좀 더 나은 방향을 상의해 개선책이 있다면 수용할 것”이라고 방침을 밝혔다.

포스텍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학내 기숙사 등에서 ‘리그오브레전드(LOL)’ 이용시간이 많은 사용자 10명의 일평균 게임 이용시간은 6시간 42분이었다. 가장 게임을 많이 한 사용자 이용 시간이 11시간 24분으로 한 달 중 19일, 222시간 동안 게임하는 과몰입 상태라는 것이다.

한편 2009년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한 KAIST에서는 2년 뒤 사실상 철회해 현재 제도 자체가 흐지부지된 상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