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미래 먹거리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국가 지능형반도체추진단장)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국가 지능형반도체추진단장)

반도체는 1990년대 이후 국가 경제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 총수출액 5731억달러 중 반도체 수출규모는 626억4000만달러고 주력 제품 중 1위에 자리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약 339억8000만달러 수출 성과로 D램 기준 세계 시장 63%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우리 반도체 산업이 정상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지속과 성장은 오로지 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때도 많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보다 4배 정도 시장규모를 가진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은 2014년 225억2000만달러로 그리 작지 않다. 이 규모는 세계 시장 점유율로 환산하면 4% 정도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을 조금만 높여도 상당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스마트폰, 스마트TV, 자동차 등 각종 ICT 융합제품에 사용하는 핵심 부품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 종류와 응용은 매우 다양하며 제품 수명 또한 매우 다양하다.

해외 선진 시스템 반도체 회사라고 하더라도 모든 종류의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개발하기엔 한계가 있으며, 새로운 응용의 출현은 시스템 반도체 신규 시장으로 이어진다.

시스템 반도체의 시장 규모와 제품 다양성을 고려할 때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정부는 지능형 고부가 시스템 반도체를 ‘지능형 반도체’로 정의하고 이를 미래 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육성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산업 현황에 대해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중국 기업의 성장세다. 중국은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각종 ICT 융합제품의 ‘세계 공장’인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상당 부분을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 의존 부품의 내재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국 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스프레드트럼과 하이실리콘 같은 회사는 이미 세계 20대 반도체설계(팹리스)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촉진하기 위해 21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향후 5~10년 동안 최고 1조위안의 펀드를 추가 조성할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대규모의 R&D 투자자본과 고급 반도체 설계인력을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 대한 시장 동향 분석과 더불어 수요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ICT 융합제품의 핵심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와 연계된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ICT 융합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제품의 요구 기능을 하나의 반도체 칩과 소프트웨어로 구현한다.

제품 요구에 따른 시스템 반도체 개발 경험은 성공적 제품 개발에 필수적 요소다.

스마트폰 관련 시스템 반도체 개발 경험을 보유한 국내 반도체설계전문 기업은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자본의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이 기업들의 보유 기술과 개발 경험을 인정하고, 단시간 내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내재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설계전문 기업이 해외로 흡수돼, 국내 부가가치 생산 기능이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ICT 융합제품의 다양성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에서 이러한 기회를 산업 발전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설계전문기업은 국내 수요기업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해외 수요기업에 대한 적극적 발굴과 전략적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에는 정부, 산업계, 대학, 연구소 등도 정보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해외 수요처와 연계한 맞춤형 시스템 반도체 개발이 가능한 지원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기술의 개발이 요구된다. 제품 차별화에 필요한 핵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내재화가 필요하며, 단기간의 대증적 접근 보다는 장기간의 원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따라서 제품 상용화와 더불어 원천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고급 설계인력 양성과 활용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시스템 반도체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무형의 지식자산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기술 제품이다. 제품의 고부가가치는 창의적 설계 역량을 갖춘 인력을 통해 구현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양성되는 인력은 국내 대기업의 인력 수요조차 충족시키기 어렵다.

중소 설계전문기업의 사정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산업체 기술경력을 가진 대학의 연구자들이 산업체와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제도를 바꾸거나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단기간에 시스템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묘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핵심 역량 확보와 인력 양성에 투자한다면, 전기 자동차, 지능형 로봇, IoT 등 미래 신산업 제품 시장이 커질 때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이제 제2의 성장기로 진입할 시기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국가 지능형반도체추진단장) yhsong@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