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나무만 자꾸 보려다가 큰산 놓친다

[이슈분석]나무만 자꾸 보려다가 큰산 놓친다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지만 최근 사업 추진 범위가 송금과 지급결제에만 맞춰져 ‘레드오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핀테크 범위를 송금 서비스 외에도 데이터분석, 금융관련 소프트웨어 분야 등 좀 더 넓은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은행과 카드사 위주 핀테크 사업도 업권별 특색에 맞는 ‘틈새시장’ 혹은 ‘블루오션’을 찾아 IT와 접목하는 ‘스타트업 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핀테크 스펙트럼 넓혀야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 따르면 핀테크 회사는 은행, 금융투자, 금융 데이터 분석, 지급결제 서비스 등 모든 금융서비스 전반에 걸쳐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로 정의된다.

이 말은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기술’에 핀테크 영역이 모두 포함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결제 서비스에 모든 핀테크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품 서비스나 마케팅 기법, 보안산업 등 여러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은 금융사 위주 ‘간편결제’나 ‘송금 서비스’에 국한해 핀테크 사업이 진행된다.

핀테크는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흔히 이용하는 금융 서비스를 새롭고 편리한 형태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한국형 핀테크가 안착되려면 금융사가 제공 중인 여러 서비스를 진일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형태의 융합 사업을 개발하고 이에 맞게 한국이 보유한 IT 강점을 융합해야 경쟁력이 있다.

정부도 핀테크 분야를 육성하고자 규제 개선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우선 전자상거래 이용 시 발목을 잡았던 액티브X 등 여러 장애물을 없앴고 간편결제 도입과 인증방법평가위원회를 폐지하는 등 서비스 도입이 쉽도록 진입장벽을 낮췄다.

이용자 편의성과 함께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 지원도 강화했다. 창조경제센터와 연계한 핀테크 지원센터를 가동하는 등 육성방안을 내놨다.

◇페이팔·알리바바·아마존 핀테크 모델을 주목하라

정작 금융사 자체적으로 핀테크를 활용해 어떤 경쟁력과 수익성을 제고할 것인지 고민과 사업계획은 전무하다. 이는 핀테크 추진 획일화라는 역효과를 낳았고 최근 추진 사업이 지불결제 등으로 쏠리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핀테크 주요 성공사례로 미국 페이팔과 중국 알리바바가 꼽힌다. 페이팔은 이베이라는 인터넷 경매를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고자 은행,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다양한 결제 방식 이용과정에 송금서비스까지 추가했다. 페이팔은 개인 간 돈을 주고 받을 때 주로 수표를 이용하다 보니 분실 우려 및 시간 제약이 존재한다는 데서 착안한 모델이다. 은행 이체 수수료가 높다는 단점을 보완했다.

1999년 설립된 알리바바는 2000년 중반 이후 전자상거래 시장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알리바바가 핀테크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은 바로 ‘위어바오’라는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어바오는 고객 거래계정에 남아있는 여유자금을 MMF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중국에서는 개인이 펀드투자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사례다.

이들의 공통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마다 핀테크가 처한 환경과 성공사례가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핀테크 모델은 이들 기업을 무작정 모방하는데 그치고 있다. 융합형 핀테크 생태계 조합이 없다보니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안감만 가득하다. 우리나라 IT와 금융환경을 감안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거나 빅데이터 등 이미 해외에서 대중화된 핀테크 모델조차 개점휴업 상태다. 외국에서 이렇게 하니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는 막연한 발상은 버려야 한다.

◇신생 부문 투자 늘리고 소비자 눈높이 맞추기 절실

어떤 전략과 사업 모델을 선택하든 국내 금융사는 새로운 자세와 장비를 갖춰 항해에 나서야 한다. 사업 환경은 갈수록 더 불투명하고 변동이 심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진다. 사업 최적화와 단순화 단계를 하루 빨리 뛰어넘어 민첩성을 갖추고 더 나아가 지속적 혁신으로 사업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

핀테크 사업 다양화와 현지화가 절실하다. 소비자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비즈니스를 정립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핀테크 모방형 사업 계획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할 뿐더러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단순히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등과 같은 기술 제약을 해결하는 것이 핀테크의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3년 미국과 유럽 등은 지급결제 외에 해외 송금 서비스, P2P대출, 개인자산관리서비스, 자동 신용평가 사업 등을 핀테크 사업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기존 금융사가 할 수 없었던 사각지대를 핀테크가 대체하거나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준 것이다. 많은 IT기업과 금융사는 또 하나의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사업을 개선하고자 적절한 투자와 소비자 요구를 파악해 움직이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제품 중심 금융사에서 고객이 주도하는 고객 중심 금융사로 변하지 않는 한 현재의 핀테크 사업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마존 핀테크 사업 모델은 단순히 인터넷상에서 도서구입 서비스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킨들(Kindle)과 같은 전자책 서비스 개발, 중고서적 등 저렴한 도서의 병행판매, 배송관련 문제 발생 시 철저한 소비자 보호 등 서비스 측면에서 혁신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소비자 위주 전략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핀테크 성공에 첫 과제다. 시간은 충분하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