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 저자 커즈와일이 먹는 불로(不老)약은?

조효소Q10,루테인,월귤나무추출물...하루 수백만원

‘딸기,훈제 연어와 고등어,바닐라 두유,다크초콜릿, 스테비아(등골나물),귀리죽,녹차, 그리고 하루 100개의 알약.’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이면서 구글의 인공지능을 지휘하고 있는 천재 레이먼드 커즈와일의 장수식사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캐롤라인 대니얼 기자가 커즈와일과 직접 식사하면서 확인한 그의 독특한 식사법을 확인해 소개했다. 신문은 그가 올해 67세이지만 40대 후반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레이먼드 커즈와일. 사진=위키피디아
레이먼드 커즈와일. 사진=위키피디아

레이먼드 커즈와일을 포함, 피터 티엘 페이팰 공동 창업자 등 성공한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들은 인간이 500세까지 살 수 있는 불로장수의 비법을 찾고 있다.

커즈와일은 나이보다 젊어지는 비법이 식사법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지난 2009년에는 ‘초월:영원히 잘사는 9단계’라는 책을 내놓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커즈와일은 아침 복용분 알약 30알을 복용하고 나서 기자와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불멸의 식단

그가 먹은 음식은 접시에 담긴 딸기, 훈제 연어와 고등어, 에스프레소가 든 여섯조각의 다크초콜릿, 바닐라 웨스트 두유 한팩, 스테비아(등골나물) 한봉지, 그리고 사람들이 잘 먹지 않는 귀리죽이 전부였다. (*스테비아는 유해 화학성분 분해 작용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즈와일은“코코아는 소염제로서 몸에 매우 좋다. 따라서 에스프레소와 함께 먹는다“고 말했다. 딸기와 두유엔 설탕을 넣지 않는다. 그는 거의 육식을 하지 않으며 어류와 채식을 겸하는 반 채식주의자로서 딸기,오트밀,채소같은 건강한 탄수화물과 건강한 지방을 좋아한다.

커즈와일의 식사량은 많지 않았다. 그는 밥먹기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사실 모든 종류의 음식을 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사실 이 음식들은 더 적은 칼로리로 영양분을 채워준다”는 과학적 모드의 답을 했다.

그의‘불로장수의 밥상’의 아침식사분은 크게 별스럽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를 선택해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늙지 않게 해주는 비밀알약의 성분은?

하지만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먹는 하루 100개의 알약의 정체다.

커즈와일은 하루에 250알의 영양제를 복용해 왔다. 식품과학과 알약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는 이제 100알만 복용한다. 이 약에는 심장건강, 눈건강,성 건강, 뇌 건강용 영양보충제가 포함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가 아침에 먹는 30알의 약은 조효소Q10,루테인,월귤나무 추출물,글루타티온IV,빈포세틴,5인산피리독살 같은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그의 아내와 자녀들도 이 영양 보충제를 먹는다.

커즈와일은“나는 보다 생물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약물 형태를 찾았다. 이에따라 10개씩 먹던 알약을 2개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침에 먹는 알약의 개수도 30개로 줄었다.

그런데 이 알약에 좀 예외적인 부분이 있다. 하루에 수천달러나 되는 영양분를 투자할 의향과 수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알약을 먹는 데“하루에 수천 달러(수백만원)가 든다. 물론 이는 누구에게나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서른살 된 건강한 사람은 기본적인 영양보충제만 필요로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00만달러(10억원)에 이른다. 이는 미국에서 연간 160만달러(16억원)의 세전소득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시도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그의 방식으로 장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커즈와일은 누구인가?

커즈와일은 미국 발명계에서 에디슨의 정식 후계자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인쇄물 내용을 말로 읽어주는 맹인용 기계,신시사이저 등을 최초로 발명했고 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가수 스티비 원더였다.

커즈와일의 신시사이저를 사용하고 있는 스티비 원더(사진왼쪽)가 커즈와일(중앙)과 함께 한 모습. 사진=커즈와일닷넷
커즈와일의 신시사이저를 사용하고 있는 스티비 원더(사진왼쪽)가 커즈와일(중앙)과 함께 한 모습. 사진=커즈와일닷넷

올해로 67세인 그는 50년 이상 인공지능(AI)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그는 지능형기계의 시대(1990)이란 저서에서 인터넷이 도처에 깔리고 모바일기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특이점이 온다(2005)라는 저서에서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 저서에서 "인간의 기술발전은 기하급수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커즈와일은 오는 2029년이면 컴퓨터가 인간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 시점을 특이점(Singularity)라고 말한다.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Singularity Is Near.2005)`는 우리나라에서도 소개됐다.

그는 이런 진보를 이루는 것은 자신이 구글에서 하고 있는 자연어이해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누군가가 개성과 지적기반을 갖춘 컴퓨터와 대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그에 대해“내가 아는 한 인공지능의 미래를 예언하는 최고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커즈와일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시대의 가장 대단한 강매 장사꾼’‘불로장수에 사로잡힌 자기도취증 괴짜’등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는 지난 2012년 구글에 지능형기계(인공지능)개발 이사로 합류했다.

■그의 건강과 장수에 대한 관심은?

커즈와일은 수십년 동안 근본적인 생명 연장에 대해 생각해 온 사람이다.

커즈와일이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가 급성심장병에 걸린 15세 때부터 였다.

그는 22세 때 58세였던 아버지를 심장병으로 여의었다.

커즈와일은 이후 아버지의 병이 자신에게도 유전됐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30대가 되자 그는 발병후 천천히 진행되는 비인슐린형당뇨병(2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전통적인 치료법에 좌절한 그는 발명가다운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소용이 없었다.

그는 “당신도 유전적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질병의 원인 가운데 80%는 유전적인 요인, 20%는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근면한 스타일이라면, 질병요인의 90%를 막을 수 있고 나머지인 유전적 요인 10%만이 남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는 67세지만 40대처럼 보인다. 매일 항산화스킨크림을 바른다. 비록 생물학적 나이가 40대 후반으로 보이긴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쓰고 있다.

하지만 이또한 영원히 살고 싶어하는 그의 목표에 비하면 약과다.

그는 생명공학혁명을 통해 우리 유전자를 다시 프로그래밍해 충분히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될 때를 ‘브릿지2(Bridge Two)’단계로, 분자 나노기술이 사람들의 몸체를 다시 만들 수 있게 될 때를 ‘브릿지3(Bridge Three)’단계로 부르고 있다.

■실리콘밸리 부자들의 생명연장에 대한 관심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IT엘리트들 사이에서는 불로장생연구자들을 인간을 죽음에서 구하는 공상과학 속 영웅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수십억달러(수조원)을 가진 부자인 피터 티엘 페이팰 공동창업자는 죽음을 “최대의 적”이라고 부르면서 “죽음은 더 이상 불가피한 존재가 아니며 파괴돼야 할 최신판 악(evil)”이라고 말하고 있다.

구글역시 캘리코라는 별도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늙지 않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커즈와일이 구글의 벤처캐피털자회사인 구글벤처스와 장수에 대한 얘기를 나눈 후 만들어진 회사다. 커즈와일은 이 회사의 고문이다.

그는 “나는 모든 죽음이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생명의 주기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왔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한계를 초월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 1천년 전 인간의 수명은 19년이었다. 1800년에는 37년이었다”고 말했다.

커즈와일은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발전이 선형적(산술급수적)으로 이뤄진다고 보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커즈와일의 핵심 이론은 “IT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 기술이 선형적으로 발전할 경우 30단계에 30정도의 발전이 이뤄진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하면 30단계에 이를 경우 10억에 달하는 발전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이제 생명의 SW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산술급수적이 아닌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향후 20년, 25년이 지나면 우리는 거의 모든 질병과 노화를 막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