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KT 데이터 선택요금제는 "무선판 정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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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새로 선보인 ‘데이터 선택요금제’는 통신요금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그동안 음성통화 중심이던 이용자 패턴과 과금 방식은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음성통화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과 같은 데이터 통신 이용이 급증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당장 소비자는 통신료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통신 서비스사업자는 단기적으로 매출이 줄어든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 등 데이터 소비가 큰 추가 서비스 개발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선택요금제가 유선 인터넷 시장의 빅뱅을 불러온 ‘정액제’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통신사별 데이터중심요금제 비교<자료:KT>
글로벌 통신사별 데이터중심요금제 비교<자료:KT>

◇실질혜택 큰 데이터 선택요금제

KT 데이터 선택요금제는 월 기본요금 2만9900원에 음성과 문자가 무한 제공된다. 데이터는 300메가바이트(MB)가 제공된다. 3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통신사 관계없이 무선통화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무선에서 유선으로 전화를 거는 것은 5만4900원 이상 요금제에서 무제한 통화 서비스가 제공된다.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가 월 5만9900원인 점도 매력적이다. 이 요금제에서 KT는 데이터 10기가바이트(GB)를 제공한다. 10GB를 다 사용하면 하루 2GB 데이터가 무료로 제공된다. 아주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면 사실상 무제한 서비스나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음성·문자·데이터 무제한 서비스가 월 6만1000원이었다.

‘데이터 밀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남은 데이터를 이월하고 부족한 데이터는 미리 당겨 사용할 수 있다. 당겨 쓸 수 있는 데이터 한도는 2GB다. 갑자기 큰 데이터를 써야 하거나 불규칙한 데이터 사용 패턴을 보이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기존 요금제별로 제한하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도 전면 허용했다.

20% 선택요금할인과 결합하면 가격인하 효과가 더욱 커진다. 기본료는 월 2만3920원까지 떨어지고, 음성·문자·데이터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10GB 요금제를 이용해도 월 요금은 4만7920원에 불과하다.

미국 사례와 비교하면 가격인하 장점이 더욱 뚜렷해진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월 기본료가 4만3160원으로 KT보다 1만3000원 이상 비싸다. 데이터 1GB당 요금도 KT는 5000원인 반면에 버라이즌은 10달러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통신료’를 표방하며 알뜰폰 서비스를 내놓은 구글과 비교해도 기본료와 1GB 요금제에서만 구글이 쌀 뿐 나머지 모든 요금제에서 KT가 훨씬 저렴하다. 20% 요금할인을 적용하면 기본료를 제외한 모든 구간에서 KT가 저렴하다.

◇음성→데이터 통신 패러다임 전환 반영

KT 데이터 선택요금제는 말 그대로 ‘데이터’에 중심을 둔 요금제다. 음성과 문자를 기본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요금제가 아주 단순해졌다. 기존에는 음성과 문자, 데이터 사용량을 모두 고려하다 보니 요금제가 복잡했다.

새 요금제는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통신 패러다임을 반영했다. 음성도 데이터로 전송하는 올IP 시대에 대비한다는 차원이다. 3월 말 현재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는 전체 5732만명의 65.6%인 3763만명에 달한다. 3월 말 LTE 트래픽은 약 12만테라바이트(TB)로 전체 무선통신 트래픽의 87.5%를 차지했다. 불과 2년 전인 2013년 3월 LTE 트래픽 점유율은 60%였다. 이동통신에서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데이터중심요금제 등장은 유선인터넷 산업에서 ‘정액제’와 같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정한 금액만 내면 마음껏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로 이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기업이 등장할 수 있었다. 모바일에서 데이터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중심요금제 경쟁 심화될 것…‘헤비유저’ 과금체계는 과제

데이터중심요금제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맞불을 놓지 않으면 음성통화 위주 고객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KT의 데이터 선택요금제 파급력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돼 ‘혁명적인 제도’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당장 LG유플러스가 다음 주 KT와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기로 했다. SK텔레콤 역시 비슷한 요금제 인가심사를 받고 있어 조만간 이에 가세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헤비유저’로 불리는 과도한 데이터 사용자 문제를 향후 해결과제로 지목했다. KT 데이터 선택요금제는 데이터를 많이 사용할수록 요금을 많이 내기는 하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버라이즌이나 구글은 30GB 데이터 사용 시 30만원 안팎 요금을 받지만 KT는 9만9900원을 받는다. 3분의 1 수준이다. 달리 말하면 적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역차별 현상이 벌어진다. 수익자부담 원칙, 사업자 미래수익 확보 차원에서도 헤비유저에게 쓴 만큼 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통신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 신규 요금제는 완전 데이터중심요금제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제도”라며 “데이터 헤비유저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별도 요금제 도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라이즌, 구글은 데이터 1GB당 10달러씩 증가. KT는 1GB당 5000원씩 증가

*KT는 10GB 이상 데이터 옵션에서 하루 2GB를 무료로 제공

*KT 4만4900원 요금제는 7월 출시 예정

<표. 국내외 데이터중심요금제 비교(환율 1달러=1079원)/자료:KT>


표. 국내외 데이터중심요금제 비교(환율 1달러=1079원)/자료:KT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