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화려한 미래 과학기술 전망 속에 식량걱정

올해 초 일본 NHK가 스페셜 5부작 ‘넥스트 월드 우리들의 미래’를 방영했다. 30년 후인 2045년 미래 과학기술을 전망한 것이다.

미래는 어디까지 예측 가능한가. 수명은 어느 정도까지 연장될까. 사람의 능력은 어느 정도까지 높일 수 있으며, 인생은 어느 정도까지 즐거울 수 있을 것인가. 여러 관점에서 우리에게 호기심을 갖게 한다.

[사이언스 온고지신]화려한 미래 과학기술 전망 속에 식량걱정

방송 내용이 실현된다면 2045년 평균수명이 100세에 달할 것이다. 재생의학과 3D프린터 조합으로 장기 재생, 고난도 수술도 실수하지 않는 수술로봇 등장, 젊음으로 돌아가는 회춘약 개발, 인공지능을 이용한 범죄예측, 화성탐사 실현 등 상상을 초월하는 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문제해결을 연구하는 밀레니엄 프로젝트(The Millennium Project)그룹은 최근 ‘유엔미래보고서 2045’를 발간했다. 30년 후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이 온다고 전망했다. 미래 도전과제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 발전, 깨끗한 수자원 확보, 인구증가와 자원 균형 등을 들고 있다.

인기리 상영된 영화 ‘인터스텔라’는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 고갈과 환경 파괴로 세계가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제작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 희망을 찾아 우주를 여행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본 대다수 사람은 신비로운 우주여행에는 관심을 갖지만 가까운 미래에 일어 날 수 있는 세계 식량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현재 돈만 있으면 먹을 것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식량 문제가 단순히 영화 속 흥미로운 주제로만 생각될까 걱정이다.

화려한 미래 과학기술 전망 속에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이 미래 식량문제일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가 91억명(아시아 51억명, 아프리카 19억명 등)이 될 것으로 봤다. 지금 추세로 에너지와 식량을 소비하면 2050년 에너지와 식량은 지금에 비해 각각 3.5배와 1.7배 이상 필요하다.

현재 10억명이 기아와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다. 누가 어떻게 2050년 91억 인구를 책임질 것인가? NHK 스페셜에서는 자연 식재료가 아니고 인공소재인 화합물을 조합해 요리를 만드는 조리법이 등장, 어쩌면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식량문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에는 잠재적 음식 대체기술로 수천개 나노봇을 체내에 삽입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실현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영양소는 최고의 공장인 식물에서 확보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생명의 근간인 땅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에너지, 환경, 식량 문제를 가장 심도 있게 전망하는 지구정책연구소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플랜(Plan) B 3.0’에서 지구가 당면한 문제로 ‘땅의 황폐화와 생물 다양성의 감소’를 강조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생명의 양식을 생산하는 근원인 땅이 훼손되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엔은 지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물 다양성(1993년 발효)’ ‘기후변화(1994년 발효)’ ‘사막화 방지(1996년 발효)’ 3대 환경협약을 만들어 과거 20년간 나름대로 노력했다. 그럼에도 생물 다양성 훼손과 기후변화는 더 심각해졌고 사막화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와 같은 추세로 환경, 에너지, 식량 문제에 대응한다면 인터스텔라 초기 장면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1960년대 약 90%에 달했던 우리 식량자급률이 지금은 약 23% 수준으로 떨어져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소득 2만달러가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식량문제를 걱정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남북통일이 되면 북한 육류 소비량이 급증하고, 우리 식량문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문제는 ‘식량이 부족하면 수입하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식량 안보의식에 있다.

앞으로 돈이 있어도 식량 수입이 녹록치 않을 수 있다.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식량 수입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미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큰 대안은 유전자변형기술을 이용한 생명공학 농작물이 될 것이다. 급속히 상승하는 지구온난화, 줄어드는 농지를 대신해 추운 땅이나 사막 등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생명공학 농작물을 개발해야 한다.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생명의 근원인 땅을 소중히 해야 한다. 미래 식량안보 구축을 위한 준비를 서두를 때다. 식량 안보야 말로 유비무환의 정신이 절대 필요한 분야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장 sskwak@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