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어디로... 세계 특허 발명 건수 증가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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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특허로 등록된 발명건수가 전년 대비 불과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계 주요 산업군에서 등록된 발명 특허(patentable inventions) 건수가 지난해 약 215만개로 집계됐다고 톰슨로이터 보고서를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이는 전년보다 3.3% 증가한 수치로, 증가율이 급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발명 특허 건수는 지난 2011년 7.3%, 2012년 20%, 2013년 17.7% 각각 늘어난 바 있다.

세계 주요 12개 산업군의 특허 건수 추이(단위:건) <자료=톰슨로이터>
세계 주요 12개 산업군의 특허 건수 추이(단위:건) <자료=톰슨로이터>

주요 산업은 우주항공 및 방위, 자동차, 생명공학(BT), 정보기술, 의료기기, 식음료 및 담배, 오일 및 가스, 제약, 화장품 및 웰빙, 가전, 반도체, 통신 등 12개 영역이다.

밥 스템브리지 톰슨 로이터 지식재산권(IP)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발명 특허 건수가 전년보다 늘어난 건 맞지만 성장세는 꺾이고 있다”며 “지난 2009년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다”고 전했다.

외신은 세계적으로 혁신이 꺾이고 있는 추세라고 해석했다. 혁신을 의미하는 또 다른 수치인 과학논문 출판 속도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12개 산업군에서 발간된 연구논문은 총 25만건으로 전년도 30만건에서 5만여건 줄었다.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08년에는 35만건까지 뛰어올랐었다.

전통적 기술 영역에 등록된 발명특허 건수가 줄어들면서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작년 반도체 기술 분야와 의료기기 분야의 발명특허 건수는 각각 전년보다 5%, 6% 감소했다. 항공우주 및 방위 분야도 같은기간 각각 1%씩 떨어졌다. 반면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인 식음료 및 담배 발명특허는 전년 대비 21% 급증했다. BT 분야도 7% 늘었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주도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세계에서 특허 출원 및 등록 건수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세계 지적재산권 기구에 따르면 일본 특허 출원 건수는 지난 2013년 전년보다 4.2% 줄었다.

스템브리지 애널리스트는 “일본 업체는 이미 특허를 마구잡이로 등록해놔 막대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며 “이를 유지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은 지난달 미국 정부가 기초 과학에 사용하는 비용을 줄여 과학 기술이 더디게 진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지적한 과학 분야는 로봇공학, 핵융합 에너지,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등 총 15개 영역이다.

미 정부 총 지출액 중 과학 분야는 우주 개발 계획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1968년 10% 수준에서 점차 줄어 올해는 3% 정도까지 내려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과학 지출도 지난 1976년 0.6%에서 올해 0.4%로 감소했다.

다만 이 같은 수치가 단순히 경기 순환 추세를 반영하는 데 불과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미국 이공계 연구개발기관 바텔연구소 연구 지도자인 마틴 그루버는 “나는 확실히 우리가 혁신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흥미로운 변화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특허 건수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미국 특허상표국(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은 지난해 총 32만6033건의 특허를 허가했다. 지난 2008년 30만2948건을 인정했던 것보다 8% 증가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