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돈을 버는 자본시장 핀테크에 초점 맞춰라"

“고객이 증권사 지점을 방문하는 것은 주식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입니다.”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10회 자본시장 CIO&CISO 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황병선 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 교수는 증권업계가 핀테크를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를 지적했다.

"고객이 돈을 버는 자본시장 핀테크에 초점 맞춰라"

황 교수는 “현재 금융은 오프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모바일 디지털단말이 지점을 대신하는 혁신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며 “기존 금융권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혁신이겠지만 핀테크가 불러오는 파괴적 혁신 대비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기술금융이 증권사를 중심으로 시작됐고 모바일·웹 트레이딩 등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금융IT 인프라를 가진 상황에서 지금의 핀테크는 자본시장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권과 달리 자본시장이 제시하는 핀테크는 트레이딩시스템 이외에는 딱히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한 투자자는 “직접 사용하는 HTS나 MTS 외에 고객을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가 적다”며 “자산관리 등 투자자가 궁금해 하는 정보도 시스템에 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태홍 코스콤 기술연구소장은 “해외 사례지만 종목선정에서 자산관리까지 알고리듬을 활용해 자문하는 서비스라든가 펀드 비교 사이트 등은 고객이 돈을 벌 수 있게 한다는 핀테크의 본질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은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가진 증권사들이 정보를 일부 개방해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픈된 데이터를 증권사와 스타트업이 같이 활용, 개발한다면 고객에게는 새로운 서비스를, 스타트업에는 성장의 기회를, 증권사는 수익창출 확대라는 열매를 안겨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원회 미래에셋증권 스마트비즈부문 대표는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돈을 어떻게 벌 수 있느냐는 것으로 핀테크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며 “구체적 모델이 없어 핀테크가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고령화 사회를 맞아 안정적 수익을 내는 상품을 만드는 것 등에 핀테크가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CEO가 핀테크를 보는 시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유한 IT조직을 시스템만 운용하는 지원조직 정도로만 생각하다 보니 신기술에 대한 대응이 더디고 조직을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핀테크가 단순히 사람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업무를 만들고 수익을 추가할 수 있는 도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선무 자본시장 CIO&CISO 포럼회장(NH투자증권 IT본부장)은 “핀테크가 파괴적 혁신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금융권, 특히 자본시장은 협업적 혁신이 중요하다”며 “자본시장이 힘을 모아 하나의 오픈플랫폼을 구축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상품을 판매한다면 인터넷업체의 공세도 막고 고객 서비스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