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정순문 DGIST 선임연구원

“미케노발광 현상은 바람과 진동 등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인한 기계적 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변환시킵니다. 새로운 전력이 필요 없는 친환경 기술입니다.”

정순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나노에너지융합연구부 선임연구원은 기계적 에너지로 빛을 발생시키는 미케노발광(Mechanoluminescence) 현상을 이용해 새로운 친환경 응용기술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과학자다.

정순문 DGIST 선임연구원
정순문 DGIST 선임연구원

사실 기계적 방식으로 발광하는 현상은 400년 전 영국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프랜시스 베이컨이 설탕을 부수거나 긁을 때 빛이 생긴다는 현상을 문헌에 표현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하지만 발광 원리는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대부분 학문적 흥미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가령 진공상태에서 스카치테이프 박리현상에 의한 엑스레이 방출이 학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지만, 마찰과 파괴에 의한 발광으로 인해 산업적 응용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미케노발광 재료를 유연한 실리콘 고무(PDMS)에 분산시켜 밝기와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미케노발광 필름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학문적인 연구 분야를 실제 다양한 산업에 응용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정 연구원은 “서로 다른 색을 발광하는 두 가지 미케노발광 재료를 적절히 혼합해 다양한 미케노발광 컬러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1605년 이후 수백년동안 구현되지 못한 미케노발광 필름의 다양한 컬러조절, 패터닝 및 백색 미케노발광 등을 통해 세계 최초로 디스플레이 및 조명 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또 바람에 의해 구동되는 친환경 미케노발광 디스플레이도 개발했다. 미케노발광 재료와 유연한 고무 혼합물을 바람에 흔들릴 수 있는 파이버 형태로 제작했다.

그는 “바람 흐름이 기계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도록 디자인하면 바람으로 발광하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며 “이는 인위적 에너지 소모가 없는 자연에 존재하는 무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바람에 의해 구동되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자원 위기를 극복하는 획기적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연구 성과는 최근 재료분야 권위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및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표지논문으로 출판됐다.

정순문 연구원은 “미케노발광 현상이 더 대중적으로도 알려지길 바란다”며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연구비중이 높지 않지만, DGIST에서 집중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적인 브랜드 기술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