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일자리 창출, 지식의 밭에서 실마리 찾아야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현대인의 삶은 점차 풍요롭고 윤택해지고 있다. 반면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일자리는 오히려 부족해졌다. 생산성이 향상돼 열 사람 중 다섯 사람은 일하고, 다섯 사람은 쉬어도 기대한 소출을 올리지만 우리에게는 열 사람 모두에게 제공할 일자리가 필요하다.

[사이언스 온고지신]일자리 창출, 지식의 밭에서 실마리 찾아야

농경시대엔 한정된 토지를 서로 나눠 경작했다. 농경시대에서 일자리 부족은 경작할 농지 부족을 의미했다. 농경시대 꿈은 자기 토지를 보유하고 경작하거나 지주로서 농지를 임차인에게 임대해 주는 것이었다. 농지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은 새로운 땅을 개간하거나 화전민이 돼 새로운 농지를 개척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었다.

늘어나는 인구를 물리적으로 한정된 토지에서 모두 수용할 수는 없었다.

농경시대 일자리 부족 문제에 숨통을 열어준 것은 산업화 시대 도래였다. 산업화 시대가 되자 사람들은 공장을 세워 다양한 물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기 위한 노동자가 필요해 지면서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기계가 사람 하는 일을 대신하면서 일자리가 오히려 줄고 있다. 농업 역시 기계화 되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현저히 줄었다.

최근 주목을 받는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궁극적으로 택시나 버스 운전자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호텔 룸서비스도 로봇으로 대체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다행히 최근 우리가 경험하는 지식정보화 시대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일자리를 제시하고 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주목 받는 일자리는 새로운 지식과 서비스를 창출하거나 다양한 종류의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새로운 지식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일자리는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없다는 점에서 농경시대나 산업화 시대 일자리와 차별된다.

농경시대에서 토지주가 존재하고 산업화 시대에서 공장주가 존재하듯 지식정보화 시대에도 엄연히 새롭게 창출된 지식의 주인이 존재한다. 지식정보화 시대는 누구나 새로운 지식의 밭을 일구고 소유권을 확보하면 그 밭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작가로서 책을 발간하거나 작곡가가 돼 새로운 곡을 만드는 행위,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행위, 새로운 발명을 하고 특허를 등록하는 행위를 포함해 수 없이 많은 미지 영역이 남아 있다.

물리적으로 한정된 농지와 달리 끝없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지식의 밭이 농경시대 농지와 다른 점이다. 새로운 지식의 밭을 일구는 것을 일자리로 간주하면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누구나가 비교적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는 점에서도 지식의 밭을 일구고 경작하는 것은 매력적이다.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지식정보화 사회가 가져다주는 기회를 한껏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회 환경 변화를 적극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 교육도 원인 중 하나이다.

그 동안 학교 교육은 학생에게 기존 지식을 잘 정리해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전념했다. 모두 유사한 교재를 사용해 빠르게 지식을 습득한다.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인재 양성 방식이다.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 학생에게 지식정보화 사회 주역이 되도록 안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에게 상상력의 밭에서 관찰과 경험을 거름 삼아 창의성을 기르는데 더 많은 기회와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지식정보화 사회는 새로운 지식과 서비스 밭을 일구고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세상의 주역이고 주인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누구든지 적극적으로 미지의 밭을 도전적으로 일구어야 한다. 새로운 지식과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데 있어 인색한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새롭게 창출된 지식과 서비스가 올바르게 대접받고 그로 인해 합당한 수익이 창출될 수 있어야 새로운 지식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일이 누구나 인정하는 일자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학교, 사회, 개인 모두가 변화되고 있는 사회 환경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적응할 때 심각해지고 있는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동수 KAIST 전산학부 교수 ddsshha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