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창조경제 R&D·사업화 현장을 찾아서 <1>ETRI 중소기업 지원전략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창조경제형 R&D와 기술사업화에 사활을 걸었다. 이들은 융합형 연구와 중소기업 및 창업 지원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산업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중소, 벤처, 나아가 중견기업이 모두 동반성장 파트너가 됐다. R&D 기획도 장기적으로 사업화를 염두에 둔 창조경제형으로 패러다임을 바꿨다.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원전략과 성과를 들여다보고, 현장을 찾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양성일 책임연구원(뒷줄 가운데) 등 ETRI 스마트게임플랫폼연구실 연구원이 게임업체 보노게임 게임봇(봇트래커) 상용화 현장지원을 위해 사전 협의를 하고 있다.
양성일 책임연구원(뒷줄 가운데) 등 ETRI 스마트게임플랫폼연구실 연구원이 게임업체 보노게임 게임봇(봇트래커) 상용화 현장지원을 위해 사전 협의를 하고 있다.

“현장으로 가라!”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R&D든 기술사업화든 현장에 가서 답을 찾으라고 요구한다.

ETRI 중소기업 사업화 지원은 현장 방문이 핵심이다. 만들어 놓은 플랫폼 자체가 현장 요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용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지난 2007년 임베디드SW연구단장으로 있을 때 새벽 4시 차를 끌고 울산 현대 중공업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최문기 전 미래부장관(당시 원장) 주문에 따라 ‘스마트 선박’을 만들기 위해서 였죠. 하루는 LNG선을 탔는데 배 중간에 케이블이 뒤엉켜 있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선박용 무선통신입니다.”

현장을 강조할 때 김 원장이 약방의 감초처럼 내놓는 일화다.

ETRI는 이를 기반으로 기술사업화 플랫폼을 구축했다. 큰 틀은 3개 부문이다. ‘지식제련소’와 ‘어깨동무’ ‘도전! 창업수레바퀴’로 짰다.

‘지식제련소’는 쇠를 제련하듯 말 그대로 지식(IP)을 가공하는 곳이다. 보유한 특허 수는 1만2000여건이다. 이 가운데 우수한 IP를 확보, 특별 관리한다. 출연연 최초로 IP를 기반으로 하는 펀딩운용 계약(IP금융)도 100억원대로 체결했다. 보유특허 가치실현을 위해 12개 특허풀에 가입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특허 라이선스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기술이전은 TLO(기술이전조직)가 주도한다. 기술이전 절차부터 간소화했다. 기피하는 중장기 기술가치 평가에도 손을 댔다. 기술마케팅 에이전시도 11개 운영한다.

당장 이전 가능한 기술은 IT 및 IT융·복합 분야에 총 1762건을 보유하고 있다.

영세한 중소기업 특허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특허 무상나눔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81건, 2014년 270건에 이어, 올해는 더욱 확대된 규모로 특허무상양도를 추진 중이다.

‘어깨동무’ 플랫폼은 기술사업화 지원, 전문인력 지원, 기술력 강화 지원 등 3개 파트로 나뉘어 있다.

핵심은 1실 1기업 맞춤형 기술지원이다. 선정된 기업은 업체 밖에 ETRI라는 막강한 연구조직을 두고 있는 셈이다. 지원기간은 최대 2년이다. 기업 부담금도 없이 연구시설 공동활용, 연구원 전문인력 지원, 나아가 해외마케팅 및 판로 지원까지 밀착 지원한다. ETRI는 미국과 중국에 현지 사무소 등을 통해 이뤄진다.

ETRI는 지난 1년간 1실 1기업 맞춤형 기술지원을 통해 139개 연구실에서 173개 기업을 지원했다.

사업화를 위한 추가 R&D 지원체계도 마련했다. 이전 기술이 조기 제품화되도록 하기 위한 지원이다. 기업은 직접비 50%를 현금·현물로 부담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지원통합센터와 연계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기술도우미 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기술금융 부문에서는 ETRI 기술이전 시 기술보증기금(기보) 사업화 자금을 보증해준다. 또 기술이전 희망기업에 대해 기보에 IP 인수보증을 지원한다.

보유장비나 시험시설 등도 유·무상 지원한다.

융합기술 상용시제품 제작 시설과 예비 검·인증 테스트베드를 지원한다. 입주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기술이전 기업에 대해서는 기술개발자를 파견한다. 과제가 종료되기 전에는 기업부담금이 없다. 과제가 종료됐더라도 1인당 100만원만 부담하면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

중소기업 기술 애로 해결을 위해서도 연구인력 현장 파견제를 도입했다. 1년 이내 최대 두 명까지다. 기업 부담금은 파견인력 인건비의 30%를 받는다.

3년 이상 파견제도 있다. 동일기업에 1명, 최대 6년까지 가능하다. 기업 부담금은 파견인력 인건비 40% 수준이다.

애로기술 지원 시스템도 따로 마련했다. IT 분야 전문인력 2000여명이 대기 중이다. 기술 난이도에 따라 차등을 둬 기업 부담금을 받는다.

전문가가 찾아가 최신 기술 동향 등 세미나를 열어주는 갭-브리지 프로그램도 있다. 소수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연 10회 이상 무료 개최한다.

이외에 당해 연도 개발 중인 기술 목록을 공개하는 ‘기술예고제’ 등을 운영한다.

‘도전!창업수레바퀴’는 개방형 혁신 창업 프로그램이다. ETRI 직원 및 외부전문가 예비창업을 지원한다.

ETRI 보유 기술로 사업화하는 연구소 기업은 기술출자를 원칙으로 하되 현금출자도 받을 수 있다.

이외 창조경제타운 ICT 분야 추천 아이디어 선별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있다.

현창희 ETRI 사업화본부장은 “중소기업 현장 방문이 매년 200회 전후로 이루어지고, 간담회도 20회가 넘는다”며 “여론을 언제든지 수렴할 상시 피드백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