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SW산업에도 저작권 단비가 필요하다

[전문가기고]SW산업에도 저작권 단비가 필요하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최근 핫 이슈로 떠올랐다. 자동차 강국인 우리나라 산업계가 괄목할만한 주제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연내 양산에 들어간다고 한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늪에서도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와 미국 경쟁력위원회는 2013년 전 세계 550명의 제조업 CEO와 임원을 상대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 3위에서 2013년 5위로 하락했다. 2018년에는 6위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은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좌우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경우 90% 이상, 중공업 등 제조공정에 필요한 설계·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경우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든 선박이든 외관만 잘 만들고 두뇌가 되는 핵심 기술은 해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루퍼트 슈타틀러 아우디 회장은 지난달 24일 중국 상하이 주메이라호텔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아시아’ 기조연설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하드웨어가 아니며,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서 자동차에도 SW에 기반을 둔 기술력 결합이 미래 성장동력임을 강조했다. SW 경쟁력이 제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핵심 연관산업이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SW 마이스터고를 신설해 핵심인재를 양성하고, 공장 1만여 개를 SW와 결합한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해 2017년까지 150억 달러 수출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그 뒤에는 SW저작권, 즉 저작권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SW에 대한 가치인식 부족으로 불법복제 등 저작권 침해에 너무 관대했다. SW 개발자가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시장 실패로 이어졌다. 컴퓨터학과나 SW학과 인기가 시들해진지 오래 됐다. SW 전문인력 수급에 불균형이 심해 산업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SW산업은 OECD 19개국 가운데 14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 규모도 20조원 수준이다.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다. 불법복제율도 여전히 높다. 2013년 38%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5%를 크게 상회했다.

이런 상황에서 SW 마이스터고를 만들고,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다 한들 장기적인 측면에서 SW산업 부흥은 기대하기 어렵다.

안양창조산업진흥원은 지난해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경기저작권서비스센터를 개설한 바 있다. 이곳에서는 경기도 소재 중소·벤처기업의 저작권 상담을 비롯해 저작권 교육과 저작권 사업화를 지원한다. SW관리체계 컨설팅도 진행하면서 중소·벤처기업의 저작권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기업 임직원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저작권 교육도 실시한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같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개인 컴퓨터 보급률이 높지 않고, 소득 대비 SW 가격이 높아 불법복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인정하는 IT 강국이자 OECD 회원국이다. 성숙한 국민의식을 바탕으로 가치 있는 것을 지키고 보호하는데 더 많은 힘을 실어야 할 때다.

전만기 안양창조산업진흥원장 junmg@k-cent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