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큰손` 된 외국계 투자자

외국계 대형 투자자들이 국내 스타트업 큰손으로 떠올랐다. ‘쿠팡’ ‘배달의민족’ 등이 거액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초기투자 움직임도 나타난다. 벤처 회수 시장에서도 코스닥 상장만이 아니라 해외 진출을 통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고려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23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 생태계가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1조원 상당의 기업가치에 해당하는 투자를 이끌어내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국내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VC)이 스타트업 초기투자를 하면 후속 라운드에 외국계 대형 투자자가 참여하는 양상이다.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 추가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앞서 지난해에는 미국 세쿼이아캐피털과 블랙록컨소시엄을 통해 각각 1억달러, 3억달러를 투자받은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도 골드만삭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옐로모바일도 실리콘밸리 포메이션8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벤처업계는 최근 국내 스타트업 대상 투자 집행 단계도 빨라지고, 금액도 커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는 최근 5~6년간 카카오, 쿠팡 등 대형 벤처 성공사례가 나오고,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의 창업이나 스타트업 합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와이콤비네이터나 500스타트업같은 유명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창업자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외국계 투자자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공적으로 회수한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계 벤처캐피털 사이버에이전트벤처즈코리아는 ‘카카오’와 ‘김기사’에 일찌감치 투자해 성공했고, 이는 일본계 VC의 한국 진출 자극제가 되고 있다.

벤처업계는 환영 분위기다. 코스닥 상장 이외에는 투자회수 시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해외로 물꼬가 열렸다는 평가다. 스타트업 주주 중에 외국계 투자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현지 시장을 이해하고 시장 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 해외 네트워크가 늘어난 것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국내 VC는 대부분 모태펀드를 받아 투자하기 때문에 부동산업이나 금융업 등 중소기업법으로 투자가 제한된 영역은 집행을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서류 작업이나 기타 요구사항이 외국계 VC가 더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벤처 기업가치도 과거보다 높이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코스닥 기준으로 생각하던 기업가치나 사업구조를 해외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는 “벤처 생태계가 발전하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시장이 작지 않고 좋은 팀을 발굴할 수 있는 곳이라는 긍정적 인식이 생겼다”며 “알토스벤처스, 사이버에이전트 등도 5~6년 전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해 지속적으로 좋은 팀을 발굴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는 “한국 스타트업도 자신감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계 투자자를 찾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