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동의 사이버세상]<3>미국의 디지털 감시, “원하면 듣는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그들은 당신들 머릿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2013년 6월 스노든 폭로로 미국과 영국 디지털 첩보활동이 공개됐다. 미국가안보국(NSA)이 2007년 첩보수집 도구이자 감시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프리즘(PRISM)’으로 글로벌 정보기술업체 중앙서버에 접속, 일반 시민 웹 사용내역을 수집했다. 인터넷 검색기록과 채팅내용까지 모든 것이 감시대상이다.

[손영동의 사이버세상]<3>미국의 디지털 감시, “원하면 듣는다”

그런데 미 정부는 자국민 전화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내역을 대거 수집했다는 의혹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보이지 않았다. 프리즘이라는 비밀 프로그램 존재와 정보수집 사실도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테러방지를 위해 쓰였고 국가안보에 필수라고 맞섰다.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프리즘이 법률에 따라 비밀 해외정보감시법원(FISC) 감시를 받으며 합법적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정부는 국가안보와 개인 사생활 사이 균형을 잘 맞춰왔다고 해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0% 안전과 100% 프라이버시 그리고 0% 불편함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1952년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창설된 국가안보국은 미국의 ‘귀’에 해당한다. 해외 통신과 신호정보(SIGINT)를 포착·수집하고 적성국 암호를 분석·해독한다. 감청뿐 아니라 다른 나라 도청을 피하도록 정부 암호체계와 통신시스템을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 지구촌 신호정보를 비밀리에 수집·분석하는 다국적 도·감청시스템인 에셜론(Echelon)도 이곳 통제를 받는다. 에셜론은 전화, 팩스, 전자메일, 라디오 전파와 인공위성이나 해저케이블 등 지구상에서 오가는 거의 모든 신호정보를 도·감청한다.

미국은 1994년 법집행통신지원법(CALEA)을 제정해 정보·수사기관 통신 감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인터넷 전화 이용이 급증하자 연방수사국(FBI)은 인터넷 전화를 합법적 감청대상에 넣어줄 것을 요청해 법안이 개정됐다. 2007년엔 정보기관이 언제라도 감청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연방수사국의 비밀감청시스템인 ‘드래곤웨어 스위트(DragonWare Suite)’는 이메일 감청뿐 아니라 조사대상 인터넷 웹서핑 경로를 추적·복구할 수 있다. 국가안보국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사찰한다면 연방수사국은 미국 영토에서 이뤄지는 일반인 모든 통화내용을 사찰하는 셈이다.

이것도 모자라 중앙정보국(CIA)이 이동통신 기지국 기능을 갖춘 ‘더트박스(dirtbox)’라는 장치를 경비행기에 탑재해 휴대전화 고유식별번호와 위치를 수집해 논란이 일었다. 당국은 범죄용의자 추적 단서를 얻기 위한 것일 뿐, 정보수집 자체는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전 방위적 감시체계는 9·11테러의 산물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로 최첨단 전투기·레이더도 테러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명도 안 되는 테러범 앞에 수천억달러를 쏟아부은 방어체계가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놓은 대응 실패의 원인 중에는 ‘상상력 부족’이 맨 앞에 놓여 있다. 미 정보기관들이 그 많은 사람과 돈을 쓰고도 서로 협력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정보기관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그 근간은 테러 수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한 애국법(Patriot Act)이 있다. 애국법은 국가기반시설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국토안보법과 더불어 가장 포괄적인 대테러 법률로 꼽힌다. 애국법은 △정보기관의 감시·조사 권한 확대 △테러용의자에 대한 포괄적 통신 감시 △영장 없는 전자감시를 골자로 한다. 지난 6월 미 의회는 애국법이 시민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고 이를 수정한 자유법(Freedom Act)을 제정했는데 국가안위 기조는 별반 다르지 않다.

미 정보기관들이 세계를 감시한 사실이 여러 경로로 들통 났지만 미국의 궁색한 변명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 미국 첩보활동이 국제사회 지탄을 받아 마땅하고 곤혹을 치러야 하는데 실상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외엔 없다. 중요한 것은 미국 디지털 감시 능력이 그 어떤 나라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viking@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