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R&D·사업화 현장을 찾아서]<8>표준연 트리거링 신측정기술-첨단소재

전자나 이온, 광자, 자기 등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 신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측정 원천기술 개발이 필수다.

측정이 안 되는 과학기술과 제품은 개발도, 생산도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측정원천은 당장 돈을 만들기보다는 5~10년 뒤를 봐야한다. 국가 차원의 지속적 투자가 불가피한 부분이다. 대신 이 분야는 기술만 개발되면 시장 독점이 가능하다.

[창조경제 R&D·사업화 현장을 찾아서]<8>표준연 트리거링 신측정기술-첨단소재

◇첨단소재 측정기술 개발 “지금이 적기”

이를 눈여겨보고 있는 연구기관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신용현)이다. 표준연은 유망 미래 신산업을 촉발할 트리거링(기폭제) 세 번째 신측정기술로 첨단소재를 꼽았다. 인간중심 IT와 미래의료에 이어 첨단소재 관련 기술 개발이 당장 시작해야 할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안상정 표준연 첨단측정장비센터장은 “이 분야는 미국이나 EU 등 선진국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부의 적정한 투자만 뒤따라 준다면 곧바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개발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표준연이 ‘첨단소재’ 분야에서 준비 중인 트리거링 신측정 기술은 연성물질이미징과 기능성텍스타일 복합물성 측정, 극한환경 소재 측정 등 크게 3가지다.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우리나라 출연연과 대학, 기업이 뭉쳐 잘할 수 있는 기술을 골랐다.

김영헌 첨단측정장비센터 우대연구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일으킨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실시간 직접 볼 수 있었다면 국가사태로까지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연성물질이미징 기술이 이를 바로 보고 진단하는 기반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트리거링 첨단소재 두 번째 아이템으로 선정한 기능성 텍스타일(직물)도 엄청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로 선정했다. 웨어러블 컴퓨팅과 사물인터넷(IoT)이 상용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스마트 바이오 의류 등 기존 섬유소재에 새로운 구조체를 접목해 물리·화학적 기능을 부여하는 논의가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옷이 알아서 체온이나 혈압을 재고 오염물질을 감지하는 시대가 코앞에 온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텍스타일을 고분해능으로 이미징하고 복합물성을 평가하는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분광 이등방 산란 반사 투과(BRDF) 측정장치나 복합색구현 알고리즘, 광타원 계측기 등이 필요하다.

핵융합 환경이나 우주 등 극한환경 소재 분야도 혁신적인 신물질 확인과 신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부양환경을 이용한 초고온 구현 등의 극한환경 기술과 X-선, 전자, 금속탐침 등 측정기술 융합으로 신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국내선 첨단소재 R&D 누가하나

업계와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R&D가 국내에서 부분적으로 진행 중이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개발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잘 하는 기관이 더 잘하도록 서로 엮어 시너지를 창출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DNA와 세포를 전자현미경 내에서 고분해능으로 이미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서울대와 성균관대에서는 공동으로 2차원 나노물질 형상, 광특성, 열특성을 동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KAIST가 그래핀을 이용한 액상셀 관련 연구와 인체 모사 나노입자를 이용한 약물전달 등에 관한 연구에 이미징 분석 방법을 접목하기 위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건국대에서는 양극성을 가진 소혈청 단백질을 이용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섬유에 그래핀 산화물로 감싸게 한 후 화학적 환원법으로 고전도성, 고유연성 그래핀 전자섬유를 제조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영세한 편이긴 하지만 기술 수준 향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참엔지니어링이 공기 중에서 반도체 형상을 측정할 수 있는 에어셈(airSEM) 응용기술을 개발 중이다. 코셈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시료에 적용 가능한 저진공 전자현미경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서도 이제시작…“경쟁해 볼만”

해외에서는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 랩 등에서는 연성물질 3차원 이미징 연구를 실험실 수준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보편적인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정부주도로 군사관련 웨어러블 기술과 헬스케어 센싱 텍스타일 기술 개발을 주로 해왔으나 최근 들어선 개인 맞춤형 전자섬유 제품으로 R&D 방향이 진화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연합이 공동출자해 클러스터를 구성하고 마이하트(myHeart), 프레텍스(ProeTEX), 바이오텍스(BioTEX), 파스타(PASTA), 스텔라(STELLA) 등 단위프로젝트로 세분화해 다양한 스마트 텍스타일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초고온 극한 환경에서의 물성측정 기술은 일본 우주항공국(JAXA)이 연구 중이다.

안상정 첨단측정장비센터장은 “기반기술 연구는 대학도 진행하지만 국가가 집중해야 할 것이 따로 있다”며 “산업에 가장 시급하게 밀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한계돌파형 R&D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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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