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데자뷔

[관망경]데자뷔

데자뷔는 ‘이미 보았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처음 가본 곳인데 이전에 온 적이 있다고 느끼거나, 처음 하는 일을 이전에 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낄 때 쓰인다.

출범 3년차 미래창조과학부 예산을 보면, 데자뷔를 실감한다. 2013년 출범 당시부터 올해까지 미래부 예산은 한 번도 원활하게 배정된 적이 없었다. 한정된 예산을 나누다보니 미래부 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도 예산이 넉넉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창조경제 선봉인 미래부 예산 배정은 매번 아쉽다.

여야 정쟁으로 뒤늦게 출범한 미래부는 첫 해 창조경제 예산을 한 푼 받지 못했다. 그 해 봄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2014년에도 마찬가지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예산도 당초 미래부가 요구한 절반 수준으로 잘렸다.

지난해 창조경제를 선도할 신기술로 손꼽히는 3차원(3D) 프린팅 예산도 속절없이 잘려나갔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은 25년 만에 마이너스가 될 처지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R&D 예산이 증액돼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 3년간 창조경제 그 자체는 물론이고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R&D는 홀대를 받았다. 조직은 흩어졌고, 예산은 잘렸다. 주파수 배정같은 정책적인 문제에는 국회의원이 나서서 사사건건 참견했다.

미래부 심정은 오죽할까. 예산 당국과 국회가 ICT·R&D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은 하는지, 아니면 미래부 예산은 무조건 줄이고 보자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3년간 데자뷔를 경험한 때문일까. 미래부 예산이 잘려나가는 데자뷔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연구개발비를 깎는다면 대한민국 ‘미래’는 불투명하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