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전기로 비행하는 국산 무인기, 성층권 날다

흔히 무인비행기라고 하면 최근 주목받는 작은 ‘드론’을 먼저 떠올린다. 단순 취미용 비행드론부터 사진촬영, 물건 배송까지 척척 해내는 다양한 드론이 있다. 하지만 작은 무인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북한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정찰용 소형 무인기부터 정찰이나 정밀폭격을 할 수 있는 대형 무인기까지 크기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무인기가 있다. 사람이 타지 않아도 되는 장점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무인기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과학 핫이슈]전기로 비행하는 국산 무인기, 성층권 날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도 태양 에너지만으로 고고도를 비행할 수 있는 무인기가 개발돼 주목받았다.

◇항우연,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성층권 비행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익기연구단(단장 김승호)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비행할 수 있는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Electrical Aerial Vehicle, EAV-3)’를 개발하고 지난주 고도 14㎞ 성층권 비행에 성공했다.

EAV-3은 성층권 고고도에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태양전지와 2차 전지(리튬이온)를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100% 무공해 전기 동력 항공기다. 비행 중 날개 윗면에 부착된 태양전지가 2차 전지를 지속적으로 충전해 에너지원으로 쓴다. 공기 밀도가 낮은 고고도에서 장기 체공하기 위해 날개 길이가 20m에 달한다. 하지만 첨단 탄소섬유 복합재를 사용해 중량은 53㎏에 불과하다.

김승호 항우연 고정익기연구단장은 “EAV-3은 연료주입 없이 태양광을 이용해 공기가 희박하고 기온이 영하 60도 이하인 성층권에서 비행 가능한 전기동력 항공기”라고 설명했다.

EAV-3은 항우연이 설계, 해석, 체계종합을 수행하고 제작과 비행시험에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여했다. 성우 엔지니어링 ‘기체제작 및 비행시험 지원’, 티움리서치 ‘배터리 팩 및 제어시스템’, 솔레이텍 ‘태양전지 모듈제작’, 유콘시스템 ‘비행제어 컴퓨터 및 항법 시스템 제작’, 스마텍 ‘모터 제작’ 등 분야별로 전문 기업들이 참여했다.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진행된 비행시험에서 EAV-3은 9시간 비행 중 약 5분간 고도 14㎞ 이상의 성층권을 비행했다. 최고 고도는 14.12㎞였다.

고도 14㎞는 일반 민항기 주 비행고도인 10㎞보다 공기 밀도 약 53%, 온도가 약 30도(-60℃) 낮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밀도와 온도가 급격히 낮아져 비행이 어렵지만 구름이 없어 태양광을 동력원으로 활용하기에 유리하다.

◇태양광 전기동력 무인기 개발 경쟁 치열

태양광을 전기동력으로 사용하는 무인기 개발은 세계 많은 나라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성층권을 비행하는 장기체공 무인기는 실시간으로 정밀지상관측, 통신중계 등 인공위성을 보완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주요국들이 앞다퉈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운영비용이 저렴하고 무공해라는 장점도 있다.

세계적으로 성층권에서 2주일 이상 비행에 성공한 태양광 전기동력 비행기는 영국 키네틱(QinetiQ)이 개발한 ‘제퍼(Zephyr)’가 유일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에어로바이론먼트가 개발한 ‘헬리오스(Helios)’는 성층권 단기 비행에 성공했다.

이 밖에 IT업체인 구글과 페이스북도 전기동력 무인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지난해 4월 태양광 무인기 개발업체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현재 날개 길이 50m급과 60m급 두 가지 전기동력 무인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비행기는 각각 32㎏, 113㎏의 장비를 싣고 최대 5년간 고도 20㎞ 높이 성층권에서 장기 체공하는 것이 목표다.

페이스북은 구글과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인수 경쟁을 펼쳤으나 무산됐다. 이후 영국 어센타(Ascenta)를 인수하고 태양전지를 활용한 전기동력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역시 고도 20㎞ 성층권에 최장 5년간 체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기동력 무인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인터넷 보급을 위해서다. 아프리카 등 인터넷 망이 갖춰지지 않은 오지에서 무인기가 비행하며 지상 기지국에 인터넷 신호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한국 태양광 무인기 기술 한단계 진보

세계적으로도 성층권 비행에 성공한 태양광 무인기가 드문 가운데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항우연은 EAV-3 개발을 통해 초경량 고강성 기체 구조 설계, 고고도 비행체 형상 및 프로펠러 설계, 저속 대형 무인기 제어, 고고도용 저속-고토크 모터 개발, 고고도 비행체 운용 등 보다 향상된 고고도용 장기체공 무인기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을 확보했다.

우리나라 상공 10㎞ 부근에는 강한 편서풍대인 제트 기류층이 존재해 가벼운 태양광 무인기가 이를 통과해 상승하려면 한 단계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항우연은 2010년부터 전기동력 무인기 기술개발을 시작했고 2013년 5㎞ 고도에서 22시간 연속 비행, 2014년 10㎞ 고도 도달 및 25시간 연속 비행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앞으로는 성층권에서 수주일~수개월 간 체공하며 지상관측, 기상관측, 통신중계 등 임무를 수행하는 태양광 무인기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승호 항우연 단장은 “향후에는 보다 높은 성층권 고도와 체공시간을 늘리는 것이 과제”라며 “이러한 성층권 장기체공 기술이 실용화되면 기상영향을 받지 않는 고도에서 장시간 동안 기상측정과 해양오염 감시, 통신중계 등 다양한 임무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