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육상풍력 보급 예년 4배 ‘급성장’…외산 잔치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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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육상풍력 보급 바람이 세차다. 상반기에만 벌써 평년 두 배가 넘는 물량이 설치됐고 하반기 준공 예정 물량까지 합치면 네 배가량 육상풍력발전 증설된다. 풍력을 주력해온 국내 조선업계가 경영 악화에 시달리면서 풍력발전기 절반(설치용량 기준)을 외산 제품이 차지할 우려도 커졌다.

제주도 가시리 풍력발전소 전경.
제주도 가시리 풍력발전소 전경.

30일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우리나라에 설치된 육상풍력발전설비 용량은 136.95㎿에 이른다. SK D&D SK가시리풍력(30㎿), 한국동서발전 영광백수풍력(40㎿), 제주에너지공사 동복북촌풍력(30㎿), 제주김녕풍력발전(30㎿) 등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준공되면서 설치 용량이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설치량 47.2㎿와 비교하면 상반기에만 2.9배 성장했다.

여기에 하반기 들어설 GS E&R 영양풍력(59.4㎿)을 더하면 올해 총 196.3㎿로 설치량이 늘어난다. 풍력협회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소규모 발전소까지 감안하면 올해 설치 총용량은 200㎿를 넘어선다.

육상풍력 보급 규모는 지난 2012년 81.8㎿로 고점을 찍은 뒤 하향세를 타다 올해 급격히 늘어났다. 올해 200㎿ 넘는 육상풍력발전설비가 설치되면 최근 5년 평균 설치 용량 51.98㎿에 비해 약 네 배 늘어난다.

풍력업계는 올해 육상풍력 보급이 늘어난 이유로 정부 입지규제 완화를 꼽았다. 지난해 환경부와 산림청 등 관계부처가 풍력발전단지 진입로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고,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지침을 만드는 등 족쇄가 풀리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사업이 일제히 시작됐다.

올해 추진된 사업 대부분은 산림청 진입로 규제 완화가 풀리면서 속도가 붙었다. 환경부가 지난 상반기 소규모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승인한 강원 정암(35㎿)·경북 청송(60㎿)·강릉 대기리(26㎿)·경북 영양(38㎿)·경북 경주(20㎿)·전남 신안 자은(12㎿) 등 사업은 내년쯤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육상풍력 보급이 급격히 늘면서 최근 5년 간 내수시장에서 국산에 밀렸던 외산 풍력설비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올해 설치된 풍력발전기 58기 중 20기를 지멘스·베스타스 등 외국 기업이 가져갔다. 외산 발전기는 용량이 커 설치용량으로는 60㎿를 기록,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경영 악화로 풍력사업을 축소하는 틈을 타 외국 풍력기업이 여러 보급물량을 차지했다. 풍력업계는 커진 안방시장으로 외국기업만 배불리게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임택 풍력산업협회장은 “올해 육상풍력 보급량이 대폭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내수시장에서 외산제품 비중이 늘어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부가 단순히 보급량을 늘리는 것보다 우리 풍력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에서 정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표/연도별 풍력발전설비 설치량

자료:한국풍력산업협회

<연도별 풍력발전설비 설치량 / 자료:한국풍력산업협회>


연도별 풍력발전설비 설치량 / 자료:한국풍력산업협회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