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Let`s SEE SW] 틈새를 공략하자-원격 의료·S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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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는 소프트웨어(SW)산업 신성장 분야로 주목된다. 정보기술(IT)과 초고속통신망 보급으로 마련된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간 33주년 특집 Let`s SEE SW] 틈새를 공략하자-원격 의료·SDN

◇SDN, SW로 여는 안전하고 빠른 네트워크 세상

SDN은 SW로 네트워크 구성과 역할을 제어하는 개념이다. 라우터, 스위치 등 장비 성능에 의존했던 네트워크 관리가 SW에 의한 중앙 집중제어로 바뀐다. 인접 장비 정보를 바탕으로 트래픽을 관리하는 기존 하드웨어(HW) 방식과 달리, 시스템 전체를 감안해 데이터 처리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특정 시점에 원하는 명령을 내리거나 데이터 처리에 변수를 더할 수도 있다. 사용자에 따른 설정변경을 각 구성요소에 쉽게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과 함께 SDN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 데이터 관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용량 트래픽을 쉽게 제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기반을 바꿔야 해 수요자로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다. 서비스 제공기업마다 각기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고민이다.

기업은 SDN 도입 목적으로 보안강화와 비용절감을 꼽는다. SDN을 적용하면 보안시스템을 강화해 외부 침입을 막거나 네트워크 보안환경을 바꿀 수 있다. 통합된 보안정책을 적용하거나 세분화된 접근 제어가 가능하다. 장비 때문에 한계가 있었던 보안제어가 SDN 중앙 집중제어를 활용해 강화될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사고가 7만6999건에 달했다. 2만1245건이었던 2010년보다 보안강화 인식이 높아지며 지난해에는 6286건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사이버 공간 보안위협은 ‘현실’이다.

비용절감도 SDN 강점이다. 기존에는 물리적 장비 수가 네트워크 성능과 용량을 결정했다. 에지 스위치를 늘려도 코어 스위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네트워크 트래픽 유발 서버가 가상머신 단위를 기반으로 쉽게 변하고 이동하는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기존 환경이 과부하에 걸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SDN은 데이터의 서버 내외부간 이동, 심지어 서버 데이터센터 이전도 원활하게 한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SDN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신승원 KAIST 교수는 “SDN을 비롯한 소프트웨어정의 기법(SDx)이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개선을 위한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기존 HW 기반 인프라 구성을 SW 가상화를 통해 통합하고 확장시키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세계 산업계 전반에서 채택이 늘고 있다. 최근 구글이 이를 서비스에 활용하는 등 네트워크 환경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신 교수는 “SDN이 지금 네트워크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SDN 등장이 네트워크 기본 개념과 시장 등 네트워크 환경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산학연 간 연계를 지원해 SDN 내재화 지원에 나섰다. 이를 위해 올해 ‘정보통신·방송 기술개발 신규 지원과제’ 중 네트워크 분야 핵심과제로 ‘SDN·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기반 차세대 네트워킹 장비 공개SW 기술 연구’를 선정했다. 이 사업에는 63억3700만원이 투입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SDN 국제 표준제정을 위한 논의에 착수, 국내외 통신사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이 중 T-SDN 상용화에 주력한다. T-SDN을 활용하면 최대 수 주일 걸리던 각기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는 통신사, 네트워크 환경 간 연결이 최소 수 초로 단축되는 등 산업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SDN 관련 시장규모가 대기업과 클라우드 제공기업 도입 확대에 힘입어 향후 5년간 연 평균 89.4%씩 성장, 지난해 9억6000만달러에서 오는 2018년 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48억원에서 2018년 1527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원격의료, ‘헬스케어’ 시대 핵심으로 부상

국내 원격의료 도입은 의료법 개정안 통과가 답보상태에 빠지며 지지부진하지만 해외에서는 헬스케어 시대를 여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올해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를 1600억달러로 추산했다. IDC는 세계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2011년 840억달러에서 2016년 11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세계 산업계도 원격의료를 고부가가치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산업으로 꼽으며 시스템, 장비 등 관련 기반설비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구글은 최근 의사와 환자가 연결되는 원격의료 상담 서비스 시험버전을 발표했다. 기침, 몸살, 발열 등 자신이 느끼는 현상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관련 전문의에게 실시간으로 상담받을 수 있게 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워치, 스마트글라스 등 웨어러블 기기가 센서 기술 등과 연동해 원격의료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적인 원격의료 확대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원격진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초진부터 가능하며 일본은 초진과 급성질환을 제외한 재진 등에 원격의료가 가능하다.

미국은 ‘u헬스’ ‘헬스IT’ 등으로 이름 붙인 계획을 추진해 모바일 기기와 연동한 헬스케어 시장 육성에 나섰다. 일본은 2001년 시작한 ‘헬스케어 정보화’를 바탕으로 관련 벤처업계에 10조엔을 투자하는 등 국가산업으로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일부 지역을 ‘원격진료도시’로 지정, PC와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헬스 육성계획’을 세웠다. 통신사, 의료계와 ‘무선 심장 건강’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바일, 클라우드를 의료 서비스 확대에 활용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관련 사업에 6억유로를 투입하고 영국은 2017년까지 300만명에게 ‘텔레헬스시스템’을 보급한다는 목표다.

우리나라는 찬반 논란으로 인해 도입 시기도 예측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2010년 기준 국내 의사밀도가 1㎢당 9.8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위를 기록했고 10만명 당 의사 수도 2000년부터 10년간 증가율이 40%에 이르러 2020년 공급과잉이 예상된다며 “원격의료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정부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기 힘든 도서·산간지역 환자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한 1단계 시범사업 결과에서 “의사와 환자 간 지속적 교류가 가능해 효용성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원격의료는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원격의료를 비롯한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 활성화가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국민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원격의료 허용’ ‘보험사 등 비의료 사업자의 건강관리 서비스 법적 근거 마련’ ‘의료와 ICT 관련 제도정비’를 주문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원격의료를 활용해 만성질환자 의료비 중 27%를 절감하는 등 미국에서만 연간 400억달러 이상 원격의료 활용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ICT 발전에 힘입어 보험사와 IT기업, 통신사 등이 헬스케어 서비스 공급자로 등장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 산업,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원격의료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의료법과 약사법, 의료기기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규제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