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51% 자회사 확보전, "간택만 바라봐" vs "매출, 속도 확보 유리"

대형 게임기업이 여러 소규모 개발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사례와 시도가 최근 1~2년 사이 크게 늘었다. ‘게임을 대량으로 빨리 만드는’ 제작구조가 확산 중이다.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모바일게임 시대로 접어들며 속도전이 중요해진 데다, 구글, 애플, 포털 등 다양한 플랫폼사가 게임 유통에 뛰어들며 판권만 획득하는 기존 배급 형태로는 매출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이달 기준 산하에 16개 이상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상반기 100일 만에 1000억원 매출을 올린 ‘레이븐’ 역시 넷마블게임즈 산하 넷마블에스티가 만들었다.

넷마블게임즈는 2011년 방준혁 의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개발사를 꾸준히 인수했다. 지분 51%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방 의장은 “대부분 51% 선에서 지분을 인수한다”며 “이는 (자회사로 만드는 동시에) 창업주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컴투스, 데브시스터즈, 선데이토즈 등도 최근 게임개발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주로 경험이 풍부한 개발진이 설립한 창업 2년차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대상이다. 이들 회사 역시 51% 지분 확보를 전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모바일 게임사 대표는 “국내 중견기업이 자회사 편입을 조건으로 투자협상을 진행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국회사, 벤처캐피털(VC) 조건도 비슷해졌다”고 설명했다.

51% 지분 확보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모회사와 자회사 양쪽에 모두 유리하기 때문이다. 모회사는 개발 서비스 품질, 출시일정 등 자회사 장악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경우에 따라 개발진들게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다. 자회사 창업주는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동시에 ‘투자금회수(엑시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모기업은 연결매출을 확보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모바일게임은 출시 후 구글, 애플 그리고 다음카카오, 네이버 같은 회사에 최대 50% 가까운 매출을 수수료로 줘야한다. 자회사가 아니라면 지분을 확보했더라도 남은 50%에서 양사(투자사, 개발사)가 성과를 쪼갤 수밖에 없다.

게임사 한 관계자는 “개발사 자회사 편입은 게임이 성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매출을 늘리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작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바일 게임사 창업을 준비하는 한 개발자는 “대형기업이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경우가 늘며 창업자가 처음부터 ‘간택’을 기다리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장 트렌드에 맞춘 게임만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51% 지분 확보’를 고집하지 않는 회사도 나타났다. 시장에 지분을 쉽게 넘기지 않는 우량 스타트업이 여전히 있다.

네시삼십삼분(433)은 지난해부터 10여개 회사를 대상으로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00%까지 다양한 조건으로 지분을 인수했다.

박영호 433 이사는 “51% 이상 지분 확보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고집하지는 않는다”며 “가능성이 큰 개발사를 놓치는 것보다 (적은 양의 지분을 가지는 것이)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