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동의 사이버세상]<10>국경 있는 인터넷

[손영동의 사이버세상]<10>국경 있는 인터넷

인터넷에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웹 콘텐츠 80%가 영어로 돼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고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세계 인구의 7% 미만이라는 사실이 반영되고 있다.

언어는 네티즌이 지역별로 얼마나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국경은 문화·기후·화폐·소비형태, 그 밖의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를 가른다. 네티즌은 이런 차이점으로 인해 지역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된다. 다국적 웹사이트에서 국가나 언어를 선택하라는 것도 이렇게 제각기 다른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인터넷쇼핑이나 인터넷뱅킹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거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쇼핑몰 운영업체를 믿고 결제서비스를 믿어야 상거래가 이뤄지는데, 이는 시장을 떠받치는 규범과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인·기업 재산권을 보호하고 시장과 기업 간 관계를 조율하며 해적행위를 규제한다.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이 2014년 1조6000억달러에서 2020년 3조4000억달러(약 3804조원)로 매년 15%씩 확대될 전망이다. 인터넷 사용자 수가 6억명을 넘어선 중국은 세계 최대 온라인 시장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텐센트의 텐페이와 같은 더욱 편리한 결제수단으로 온라인소비가 경제성장 핵심 구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이 부(富)의 이동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부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를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각 지역 정치·경제·사회적 관심이 정부 강제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 강제력은 인터넷 본질적 특성 자체를 바꿀 수 있으며 이는 중국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중국은 자국 국경 안에서 민족주의 성향을 띤 인터넷을 만들어가고 있다. 언어뿐 아니라 가치관과 근본 아키텍처 면에서도 서방 인터넷과 갈수록 괴리감이 커지는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잭 골드스미스와 팀 우 교수는 ‘인터넷 권력전쟁(Who Controls the Internet?)’에서 “네트워크 개방성은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정부 강제력이며 이로써 자기만의 독특한 아키텍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지리적 구분과 그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개인 사고방식과 기호가 가진 의미와 중요성, 법을 집행하는 각국 정부의 변치 않는 기조다. 우리가 한때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불렀던 인터넷이 왜 민족국가 네트워크의 집합체가 돼가고 있는지, 왜 각 네트워크가 인터넷 프로토콜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분리되고 있는지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사람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 살면서 서로 다른 언어로 읽고 말하며, 배경과 능력, 기호, 원하는 바와 요구가 서로 다르다. 여기엔 역사·문화·지리·부에서 지역적 차이가 반영돼 있다.

인터넷에 경계가 생기는 두 번째 이유는 기술발전이다. 미국과 영어권 국가는 글로벌 감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놀라울 정도의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나라 전체에 방화벽을 설치하고 사이버통제 정책을 펴고 있다.

국가별로 이뤄지는 법 집행은 인터넷국경이 만들어지는 세 번째 이유다. 민족 간에 가장 크고 중요한 차이는 가치관에 있으며 이런 차이는 각 나라 법에 내재돼 있다. 인터넷이 이전보다 더욱 뚜렷한 국경을 만들고 있는 것은 지역 내 트래픽 증가와 국가 간 트래픽 감소에서도 나타난다.미국·유럽·중국이 서로 다른 차세대 인터넷을 설계하고 운영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로 하여금 미국의 비교적 자유롭고 개방된 모델에서부터 사생활을 중시하는 유럽, 중국의 정치·사회 통제 모델까지 다양한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그 결과 인터넷에 관한 각자 비전을 밀어붙이면서 또 다른 경계선이 그어질 것이다.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viking@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