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한국반도체 R&D]<3>실리콘 대체하는 3-5족 화합물반도체

실리콘은 고유 물질 특성상 전자 이동시간이 빠른데다 가격이 저렴해 오랫동안 반도체 물질로 사용했다. 하지만 반도체 미세화로 트랜지스터를 작게 구현하는 게 점차 한계에 달했고 전자 이동속도도 더 빨라져야 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

때문에 과거 국방 등 일부 영역에서 실리콘 대신 주기율표상 3족과 5족에 해당하는 원소를 결합한 3-5족 화합물반도체 연구가 다시 활발해졌다. 3-5족 화합물반도체는 트랜지스터를 소형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리소그래피 기술 한계는 물론 작아진 반도체 소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발열, 전류 누설 등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물질로 꼽힌다. 공정을 미세화하지 않아도 물질 특성상 전자 이동속도가 상당히 빨라 성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1위 기업 인텔의 경우 3-5족 화합물반도체 연구를 약 10여 년 전부터 시작해 현재 성숙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리콘 기판에 화합물을 형성하고 관련 소자 개발을 위한 여러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등 수많은 교수진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을 채용해 상용화에 속도를 냈다.

세계적으로 3-5족 화합물반도체 연구는 약 50여년 전부터 이뤄졌다. 하지만 적용 분야가 제한적이어서 특허가 많지 않고 분야도 국방 등 일부 영역에 그쳐 제한적이다. 과거 3-5족 구조를 적용할 수 있는 물질은 실리콘밖에 없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 풀지 못한 숙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돼 분위기가 바뀌었다. 과거 게르마늄을 화합물반도체에 사용하지 못했지만 현재 사용 가능한 것처럼 과거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한 사례가 많다.

3-5족 화합물반도체는 이미 인공위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초고속 통신시스템용 전자부품 등 국방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휴대폰 부품인 파워앰프와 스위치를 합친 모듈과 자동차 충돌방지시스템에도 3-5족 화합물 소재를 사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에 치중한 산업 구조 때문에 3-5족 화합물반도체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반도체 대기업에서 수요가 없다보니 비메모리 연구 기반이 취약한 것도 약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에서야 화합물반도체 소재 개발에 돌입했다. 과제 연구팀과 활발히 소통하며 함께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 반도체 소자 개발사업 중에서 ‘3-5족 채널을 이용한 CMOS 확장기술 개발’ 과제는 4개 세부과제로 나눠 연구하는 등 이번 사업에서 가장 비중이 높다. 국내 비메모리 기술력이 취약하지만 세계적으로 기술 특허가 적고 상용화 사례가 제한적인 만큼 연구를 선점하면 향후 시장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제는 3-5족 화합물을 이용한 소자를 개발하는 공정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실리콘 웨이퍼 표면에 화합물을 고르게 덮어 사용하는 기술 개발도 포함됐다. 화합물 웨이퍼는 2인치 소형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12인치 실리콘 웨이퍼보다 40배가량 비싸다. 기존 실리콘 웨이퍼에 화합물을 씌워 사용하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기존 공정 설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과제를 총괄하는 고대홍 연세대 교수는 “3-5족 화합물반도체는 기술 난이도가 높지만 여러 난제를 해결한 만큼 상용화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국내 기업이 연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만큼 이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도록 풍부한 연구개발 결과물을 제공해 비메모리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