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콘텐츠 소비 변화와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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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종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오승종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스낵 컬처(Snack culture)’란 짧은 시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형태를 뜻하는 신조어다. 스낵 컬처 확산은 스마트폰 보급과 깊은 연관이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1994년 인터넷이 본격 보급된 이래 계속 증가해 오늘날 83%에 달하며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요즘 젊은이 중 목 디스크 환자가 증가하는 것과 여가 시간 50%를 스마트폰 이용에 할애한다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 연구결과 사이에는 무시 못 할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스낵 컬처는 2007년 미국 IT 전문잡지 와이어드(WIRED)에 빠르게 소비되는 패션 SPA 브랜드와 같은 매체의 유행을 일컫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 현재는 문화예술이 빠르게 소비되는 패턴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이러한 현상은 유튜브, 웹툰, 웹드라마, 웹예능 등 등장 배경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자리 잡은 모바일 중심 생활은 문화예술 콘텐츠 산업에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사람들의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향한 열광적 소구에는 제한된 시간 동안 주관적 만족감을 극대화하고 싶어 하는 인간 욕망이 투영돼 있다.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접속’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와 저작권’을 주제로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회계법인 PwC, 미국영화협회(MPA) 등 유수 저작권 전문가 그룹이 모인 가운데 ‘2015 서울저작권포럼’이 개최됐다. 같은 시기 열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글로벌 서밋 2015’에서도 공정이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 것인지 논의가 있었다. 스낵 컬처 확산과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환경 변화에 수반되는 저작권 이슈에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콘텐츠 소비 인식 전환은 콘텐츠와 저작권 산업계에도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져왔다. 개인 창작자의 독립적이고 비전문적 콘텐츠도 충분히 경쟁력 있음이 증명됐다. 모바일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플랫폼이 산업 발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저작권 산업 부가가치는 120조644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8.44%에 달한다. 고용자 수는 약 157만명에 이른다. 콘텐츠를 비롯한 저작권 분야 높은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에 이러한 콘텐츠 소비패턴 변화는 저작권 분야에 새로운 과제와 도전을 안겨주기도 한다. 창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편집,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권리처리를 명확하게 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도 많다.

최근 각광받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도 저작권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지금 콘텐츠 선별에 이용자 부담을 덜어주고 정보 공유를 촉진하는 점은 의미 있는 순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큐레이션 형태로 사용되는 콘텐츠 이용 허락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는 서비스가 가진 많은 장점에도 논란을 야기한다.

무궁한 콘텐츠의 원천소스가 되는 창작물이 활발하게 탄생하려면 저작권 보호와 올바른 사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원천이 되는 콘텐츠가 정당하게 가치를 인정받고, 이용자도 안심하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비로소 기술발전에 수반되는 일련의 변화가 경제 활성화와 문화 융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 창작과 이용 상황에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그에 앞서 나날이 발전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유연한 저작권 제도가 마련돼야 함은 물론이다. 미래 국가 경쟁력으로 콘텐츠가 힘을 받고 있는 만큼 산업과 문화가 조화롭게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오승종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osj@copyrigh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