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연간 400만톤에 달한다. 수분과 염분이 많아 처리방법이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 2014년 음식물 쓰레기 해양투기가 금지된 이후 효율적인 처리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해양생물을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박재연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이산화탄소순환기술연구센터장이 주인공이다.
박재연 박사 연구팀은 플랑크톤의 일종인 해양 원생생물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바이오디젤도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에 활용한 해양생물은 짚신벌레와 같은 단세포 생물이다. 바닷물에 사는 종이며 식성이 매우 좋은 잡식성이다. 다른 원생생물보다 분열 속도가 매우 빨라 생물량이 빠르게 증가한다.
박 센터장은 이 해양생물을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연구에 적용했다.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는 바닷물과 비슷한 염도인 3% 염분을 포함하고 있어 유리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장으로 모아 이물질 선별, 파쇄, 탈수 과정을 거쳐 고형물과 음식물 처리 폐수(이하 음폐수)로 분리한다. 20% 차지하는 고형물은 톱밥과 혼합해 발효시키면 퇴비나 사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음폐수다. 그동안에는 바다에 버렸다.
음폐수를 미생물을 이용해 처리하려면 한 달 이상 걸린다. 박 박사팀은 이 기간을 1주일로 단축했다. 처리 비용은 자연히 크게 줄어든다. 기존 방식은 미생물을 이용, 탄수화물을 분해해 메탄가스를 만드는 방법이다.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갖춘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에서 사용 중이다.
이에 반해 박 센터장 연구팀은 음폐수로 해양 원생생물을 키우는 생물학적인 처리 방법을 사용했다. 해양 원생생물이 음폐수 내 유기물을 먹고 세포분열해 늘어나면, 이를 수확해 바이오디젤 등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처리 단계와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처리 후 발생하는 폐수도 미생물로 처리하는 것에 비해 훨씬 깨끗해졌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증식한 해양 원생생물은 다량의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어 기능성 화장품이나 식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기본연구는 거의 마쳤고 내년부터 상용화 연구 단계로 넘어간다.
박 센터장은 ”지금까지는 실험실에서 소규모 시작품을 만들어 연구를 진행했는 데 연구협력사인 아이지디와 함께 처리반응조 연구를 시작했다”며 “이를 토대로 규모를 늘려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또는 음폐수 처리업체와 실증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해양생물은 환경·식품·의학·신물질·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고 2차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재료”라며 “실증연구 지원이 원활해지면 3~4년 후에는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