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몰락하는 전통시계산업...스마트워치 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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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몰락하는 전통시계산업...스마트워치 득세

스마트워치 등장과 중국발 악재로 전통 시계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계산업 메카인 스위스 시계 수출이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통 시계산업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스위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시계 제조사 10월 수출액은 20억달러로 작년 대비 12% 줄어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미 수출은 12% 줄고 홍콩 수출은 무려 39% 감소했다. 추세대로라면 스위스 연간 시계 수출액은 2009년 이후 처음 감소를 기록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날로그 시계가 스마트워치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휴대용 시계의 시작은 품속에 넣고 다니던 회중시계였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군인을 중심으로 손목시계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손목시계는 대중화됐다. 한때 침체기를 겪기도 했으나 전통 손목시계 인기는 여전했다.

올해 상황은 달라졌다. 다양한 기능과 패션으로 무장한 스마트워치는 전통 시계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워치 시장은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60만대였던 스마트워치 시장은 올해 2810만대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업체의 스마트워치 고급화 전략 속에 2020년 1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SA는 내다봤다.

SA는 지난 3분기에는 총 610만대 스마트워치가 판매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0% 성장한 것이다. 애플워치는 450만대가 판매돼 시장 점유율 74%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60만대를 판매해 10%를 차지했다. 애플워치는 올해 총 15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SA는 예상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마트워치 수요가 늘면서 시계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몇 년 전 처음 세상에 선보인 스마트워치는 전통 시계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애플이 애플워치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애플워치는 다양한 기능과 패션을 바탕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전통 시계 제조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명품시계 판매가 많았던 중국이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치명타를 입혔다.

스위스 시계 최대 시장인 홍콩 수요 위축으로 리치몬트 등 명품 시계 판매가 크게 줄었으며 태그호이어 등 일부 업체는 홍콩 매장을 철수했다. 앞으로 전통 손목시계가 홍콩에서 이전과 같은 판매량을 회복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국에서도 전통 시계 판매는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앞으로 수년간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은 105억달러로 4.1% 성장했다. 그러나 2019년까지는 성장률이 연 3.5%로 둔화할 것으로 유로모니터는 전망했다.

특히 저가 시계 브랜드는 애플워치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시계 제조사 파슬그룹은 4분기 판매 전망치가 16%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후 주가가 37% 폭락했다. 스위스 스와치그룹을 필두로 한 중저가 시계업체는 물론이고 고가시계 업체까지 30여년 전 일본산 쿼츠(전자식)시계 도전 이후 최대급 악재에 직면했다.

스위스 시계산업은 1970~1980년대 세이코 등 실용적인 쿼츠시계를 앞세운 일본업체 도전으로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었다. 전통적 기계식 시계를 만들던 스위스 많은 시계업체가 줄도산했다.

스마트워치는 중저가 시계업체 숨통을 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는 최근 발표한 2015 스위스 시계산업 보고서에서 “스마트워치 시장이 진화하면서 점점 패션 액세서리처럼 돼가고 있으며 기술 친화력이 떨어지는 고객에 어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1500스위스프랑 미만 가격 시계가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가 시계브랜드도 스마트워치 공세에 안심할 수 없다. 스마트워치 업체들은 호시탐탐 고가시계시장 공략을 엿보고 있다. 애플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손잡고 ‘에르메스 애플워치’를 선보였다. 애플은 지난 4월 18K 금장 케이스의 ‘애플워치 에디션’을 1만달러에 출시한 바 있다.

고객을 스마트폰에 뺏긴 전통 시계 회사는 위기감 속에서 스마트워치 제품을 내놓고 있다. 모바도·태그호이어·스와치 등은 IT기업·금융사와 제휴해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워치를 내놓았다. 시계 제조사 파슬은 아예 웨어러블 기기 업체 미스핏을 2억6000만달러(3013억원)에 인수했다. 앞으로 시계 회사와 IT기업 간 인수합병(M&A)이나 협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전통 시계기업은 진정한 시계는 기계 정밀함과 우아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형태와 기능의 완벽한 결합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아직 전통 시계 입지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스마트워치의 짧은 배터리시간과 제품 교체주기도 스마트워치 시장확대에 걸림돌이다.

일부 단점은 있지만 스마트워치 기세를 막을 수는 없다. 스마트워치는 애플·삼성·LG·화웨이 등 IT업체가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어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는 올해 18억달러에서 2018년 1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통 시계 착용자의 절반가량이 스마트워치로 바꿀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기관인 바클레이는 애플워치가 2000만대 이상 팔리면 중저가 시계 판매량이 25% 줄어들고 영업이익도 11%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이 내년 차세대 애플워치를 출시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 전통 시계업체는 불안해하고 있다. 본격 개화된 스마트워치 시장이 전통시계 시장을 제칠 수 있을지, 전통 시계업체가 스마트워치 공격을 이겨내고 수성할지 내년이 기대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