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유전자 변형 생물체(LMO)

콩, 옥수수, 카놀라 등 유전자 변형(GM) 작물 상업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작물을 넘어 어류, 동물까지 유전자 변형이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전자를 변형한 대서양 연어가 미국에서 식용으로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식용 유전자 변형 작물로 벼, 고추, 사추, 잔디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상업화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돼지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 등 유전자 변형 동물에 대한 연구가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유전자 변형, LMO·GMO

유전자 변형 생물체와 LMO(Living Modified Organisms),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혼용돼 같은 뜻으로 쓰인다. LMO는 생식, 번식이 가능한 것을 강조하는 용어로 생물다양성협약과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등 국제협약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GMO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콩, 옥수수와 같은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본격적으로 상업화되면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GMO를 포함하거나 GMO에서 유래한 원료를 사용한 식품과 사료를 각각 GM식품, GM사료라고 부른다.

유전자 변형 작물은 일반적 현상이 돼가고 있다. 2014년 기준 1억8150만헥타르(ha) 농지에서 유전자 변형 작물이 재배됐다. 주요국으로는 백만헥타르 기준으로 미국(73.1), 브라질(42.2), 아르헨티나(24.3), 인도(11.6), 캐나다(11.6), 중국(3.9), 파라과이(3.9), 파키스탄(2.9) 등 27개국에서 재배하고 있다.

의약물질을 생산하는 염소 우유로 만든 의약품은 이미 시판되고 있다. 염소가 만드는 우유에서 약 물질이 나온다. 유전자 변형 염소의 젖을 원료로 해 생산된 선천성 항트롬빈 결핍증 환자 치료제(ATRYN)는 안전성에 대해 유럽의약품안전청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승인을 받아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염소 유전자를 변형시켜 우유에서 거미줄 성분이 나오게 한 사례도 있다. 염소 우유에서 추출한 거미줄 물질로 방탄조끼를 만드는 시험을 했더니 실제 방탄조끼와 성능이 비슷했다는 연구도 있다.

인류는 질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의료기술로 치료할 수 없는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유전자 변형이 활용된다. 질병을 예방하는 물질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유전자 변형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직접 이식한 경우는 아직 없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돼지 각막과 심장 등을 이식한 경우가 있다. 이식 후 약 6개월까지 생존했다. 하지만 향후 보완돼야 할 사항들이 많이 남아 있다.

◇안전 관리 사례 논란 많아

유전자 변형 작물은 그 역사가 20여년으로 짧다. 아직 이를 섭취한 인류의 몸에서 어떤 해가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유전자 변형 안전성과 표시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법에 따라서는 간장, 식용유 등에 유전자 변형 물질이 포함돼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유전자 변형 농산물 표시요령’과 ‘사료공정’ ‘유전자 변형 식품 등의 표시 기준’을 근거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과 가공식품, 사료 등을 대상으로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생산, 유통 과정 중 비의도적 혼입을 고려해 유전자 변형 생물체가 3% 이하로 혼입된 경우에는 표시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최종 제품에 유전자 변형 DNA나 외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거나 검출이 불가능하면 표시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간장, 식용유, 전분당류와 같이 제조·가공 후 유전자 변형 DNA 등 검출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알 수 없다.

2000년 9월 미국에서는 ‘스타링크 옥수수 사건’이 있었다. 한국에도 현재 들어온 타코벨 ‘타코쉘’에서 사료용으로 승인 된 스타링크 옥수수가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스타링크 옥수수는 해충저항성 옥수수로 Cry9C라는 살충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 품종이다. Cry9C는 인간 소화체계에서 분해되지 않을 수 있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동물 사료용으로만 허가받은 옥수수다. 그러나 식용 옥수수에 혼입돼 유통이 되면서 이것이 수입된 한국과 일본에서도 리콜 조치가 시행된 바 있다.

2012년 9월에는 프랑스 Caen 대학 연구진이 2년 동안 유전자 변형 옥수수인 NK603(몬산토)를 흰쥐에게 2년간 먹인 결과, 쥐 사망률 증가, 수명 단축, 종양발생 증가, 간과 신장 독성 증가가 나타났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해당 옥수수의 금지를 프랑스 정부에 요청했고 프랑스 정부는 논문 타탕성이 입증되면 EU에 금지 요청을 하겠다고 입장을 취했다. 과학 자문단이 논문을 검토한 결과, 논문 내용이 실험 설계와 결과 해석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결론을 얻었다.

당시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은 연구진이 몬산토 제품이 독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최종적으로 밝혔으나 동시에 공공자금으로 유전자 변형 제품의 장기 독성 실험 수행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구 서울대 교수는 “유전자 변형, 유전자 가위 등이 인류에게 희망적인 기술인 것은 맞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득과 실이 분명하다”며 “이를 둘러싸고 연구 범위와 안전성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