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햄과 소시지, 먹어도 될까?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KISTI과학향기]햄과 소시지, 먹어도 될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IARC가 지난 10월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과 적색육(red meat)을 각각 1등급 발암물질과 2등급 발암물질로 발표한 뒤, 국내 축산업계와 소비자에게 불어 닥친 후폭풍은 꺼질 줄을 모르고 있다. 초상집 분위기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고, 하루아침에 인체에 해로운 식품을 파는 주범으로 전락해 버렸다.

갑자기 담배나 석면 같은 발암물질로 분류된 것을 보고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가공육에 길들어 있는 애들 입맛을 대체할 식품을 찾지 못해 애먹고 있다.

[KISTI과학향기]햄과 소시지, 먹어도 될까?

업계와 소비자 반응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국인 섭취량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표하며 진정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식탁에 자주 오르는 햄과 돼지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가공육과 육류가 하루아침에 발암 물질로 전락한 이유는 뭘까?

IARC가 현재 발암 유발 물질로 지목한 물질은 적색육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화학물질과 가공육에 들어있는 화학첨가물이다. 이 중 적색육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N-니트로소 화합물(NOC)’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가장 의심을 받는 화학물질이다.

이들은 절임(curing)이나 훈제(smoking) 같은 가공육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유해물질로 알려졌지만, 부치기(pan frying)와 그릴(grilling), 그리고 바비큐(barbecuing)와 같이 육류를 고온으로 조리하는 과정에서도 대거 생성된다.

[KISTI과학향기]햄과 소시지, 먹어도 될까?

가공육도 마찬가지다. 가공육도 처음 만드는 과정은 적색육을 조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앞에서 언급한 물질 외에도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s)’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데, 이 성분 또한 발암 유발 물질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화학물질 중 일부는 이미 암을 유발하는 성분을 가진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거나, 이미 확인된 물질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적색육이나 가공육으로 인해 어떻게 암 위험이 증가하는지에 대해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화학첨가물로는 가공육에 들어가는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가공육은 고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각종 첨가물을 넣게 되는데, 이 중에서 아질산나트륨은 붉은빛을 돌게 하는 발색제 역할과 맹독성 식중독균인 보툴리누스(botulinum)균 번식을 막는 보존제 역할을 한다.

아질산나트륨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높은 온도에서 육류의 아민(amine)과 결합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nitrosamine)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안전 전문 검사기관들은 15세 미만 어린이와 임산부가 아질산나트륨을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질산나트륨 등 각종 첨가물을 뺀 천연 가공육은 발암 가능성으로부터 안전할까? 이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 있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결론이 나 있지 않다기보다는 ‘모른다’는 것이 정답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아질산나트륨과 같은 첨가물을 뺀 햄이나 소시지가 국내에서도 판매되고는 있으나, IARC의 이번 발표가 가공육의 특정 첨가물이 발암 요인이라는 것을 밝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질산나트륨과 같은 첨가물을 뺀 가공육이 발암 위험이 적거나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국내 암 전문가들은 ‘발암 물질과 접촉해도 발암 위험이 없는 적정량과 안전한 조리방법을 택해 이를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여기서 적정량이란 발암 여부를 평가할 때, 발암 성분의 존재 여부와 함께 그 성분의 용량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뜻한다. 예를 들면 옥수수나 콩의 썩은 부분에서 검출되는 아플라톡신(aflatoxin)은 니코틴(nicotine)보다 독성은 훨씬 높지만, 인체 노출량은 니코틴의 100만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현재 시점에서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분명한 사항은 육류의 유해성(Hazard)과 위해성(Risk)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