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한국형 발사체(KSLV-Ⅱ)

연소기 연소시험설비. 75톤급 및 7톤급 액체엔진의 주요 구성품인 엔진 연소기의 성능을 시험하는 연소시험설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소기 연소시험설비. 75톤급 및 7톤급 액체엔진의 주요 구성품인 엔진 연소기의 성능을 시험하는 연소시험설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 세계가 우주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차세대 발사체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우주기술은 전통적 국가안보 차원을 넘어 방송통신, 기상관측, 영상정보, 재난대응 등 생활과 밀접하고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민간발사 서비스 기업인 스페이스 엑스(Space-X)가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우주청(ESA)의 차세대 발사체인 아리안 6(Ariane 6)를 2020년 운용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일본도 신형 기간로켓 H-Ⅲ 개발에 돌입했다.

◇발사체 보유 시급…나로호 성과 톡톡

우리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은 이미 우주발사체를 보유해 전략·안보적 차원에서 발사체 조기 보유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012년 12월 북한은 은하3호 발사 성공했다. 발사체가 없으면 국내위성 발사나 운영을 선진국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는 자주적인 우주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다. 지난 2011년 8월 발사하기로 했던 아리랑 5호는 이를 발사하기로 해줬던 러시아의 일방적인 연기로 2013년 8월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02년 나로호 개발사업을 착수해 2013년 1월 3차 발사에 성공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나로호(KSLV-Ⅰ) 후속으로는 한국형발사체(KSLV-Ⅱ)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나로호 덕분에 우리나라는 나로우주센터를 건설해 발사장 설계, 제작, 운용 기술 등을 확보했다. 비용 논란 등이 일었지만 러시아와 우주발사체 개발 전 과정을 함께 수행하면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경험을 배웠다.

75톤급 액체엔진 고공시험설비. 한국형발사체의 비행 할 때 겪게되는 고공 환경에서 엔진 성능을 시험하는 설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75톤급 액체엔진 고공시험설비. 한국형발사체의 비행 할 때 겪게되는 고공 환경에서 엔진 성능을 시험하는 설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세계 각국은 우주발사체와 관련된 기술을 공유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산업에서 흔한 ‘특허’도 우주발사체에는 보기 드물다. 특허는 기술을 모두에게 공개하고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각 국은 어렵게 개발한 자신들의 독자 기술을 특허로 오픈하지 않고 기밀로 보유한다.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발사체 개발 한 사이클을 선진국과 경험하면서 우리나라는 발사체 운영체계를 체득하는 성과를 얻었다. 러시아 설계를 바탕으로 국내 여건에 맞게 발사대 설계도면을 국산화하고 국내 기술로 제작·설치하는 등 여러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이 덕분에 한국형발사체 엔진 구성품과 엔진 시스템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각종 시험설비 구축, 독자적인 대형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한 시험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다.

특히 발사체 핵심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엔진’의 시험설비 구축은 그 의미가 대단히 크다. 국내 엔진 시험설비가 없을 때는 해외 시험설비를 이용해야 했다. 해외 시설은 일정이 맞지 않으면 거절당하거나 비용을 높게 불러 부담이 적지 않았다. 국내 자체적인 엔진 시험설비가 만들어지면서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고 본격적인 시험검증 단계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75톤 액체엔진 지상시험설비. 한국형발사체가 지상에서 이륙 시점의 환경에서 엔진 성능을 시험하는 설비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75톤 액체엔진 지상시험설비. 한국형발사체가 지상에서 이륙 시점의 환경에서 엔진 성능을 시험하는 설비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 엔진 개발 시험 박차

한국형 발사체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투입할 수 있는 300톤급(75톤급 엔진 4기 묶음) 3단형 발사체다. 75톤급 액체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시험 발사체를 제작,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2020년 본 발사를 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발사체 사업은 총 3단계로 구성됐다. 1단계(2010.3~2015.7)는 시스템 설계와 예비 설계, 7톤급 액체엔진 개발과 시험설비 개발·구축이다. 2단계(2015.8~2018.3)는 상세설계와 제작·시험, 발사체와 엔진 상세설계, 75톤급 지상용 엔진과 시험발사체 개발 완료다. 2017년 12월 시험발사체 시험 발사도 계획됐다. 3단계(2018.4~2021.3)는 발사체 인증과 발사운영, 3단형 발사체 시스템 기술 개발 완료, 2019년 12월과 2020년 6월 3단형 발사체 비행모델 제작과 발사가 계획됐다.

한국형발사체 1단에 적용되는 75톤급 액체 로켓엔진의 핵심 구성품인 연소기가 나로우주센터ㅎ 연소기 연소시험설비에서 시험 하고 있다. <제공 = `15.12.22,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1단에 적용되는 75톤급 액체 로켓엔진의 핵심 구성품인 연소기가 나로우주센터ㅎ 연소기 연소시험설비에서 시험 하고 있다. <제공 = `15.12.22,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현재는 2단계 사업으로 엔진 개발과 연소시험을 추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우주까지 가기 위해 발사체에 탑재되는 엔진은 숱한 시험을 거쳐야 한다. 해외 사례로 미국 우주왕복선에 사용 중인 로켓엔진 SSME는 5초 연소시간 도달까지 터보펌프 13기를 교체하며 38회 엔진시험을 수행했다. 시동절차가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 3년 7개월, 약 400회(3만5000초) 누적 시험을 했다. 일본 H-Ⅱ 발사체에 들어간 LE-7 로켓엔진은 엔진 5기를 투입하고 누적으로 83회(1000초) 시험을 통해 작동시간 100초 시험에 성공했다. 시동과 종료 절차를 확정하는데 1년 9개월이 소요됐다.

우리나라는 한국형 발사체 심장부라 할 수 있는 7톤급, 75톤급 액체엔진 개발을 진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3단에 적용되는 7톤급 액체엔진은 지난해 말 100초 연속 연소시험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올해 7톤급 액체엔진 최종 임무 시간인 약 500초까지 시험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 갈 계획이다. 한국형 발사체 1단과 2단에 적용되는 75톤급 엔진을 구성하는 연소기, 터보펌프, 가스발생기 등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한국형발사체 3단에 적용되는 7톤급 액체엔진의 연소시험 장면. 나로우주센터 3단엔진 연소시험설비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 = `15.12.9 촬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3단에 적용되는 7톤급 액체엔진의 연소시험 장면. 나로우주센터 3단엔진 연소시험설비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 = `15.12.9 촬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액체엔진 주요 구성품인 연소기는 연료와 산화제 연소반응으로 생성되는 고온 고압 가스를 노즐로 분출시켜 추진력을 얻는 장치다. 터보펌프는 연소실에 고압으로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해 주는 장치다. 가스발생기는 고압가스 연소반응으로 터보펌프 터빈을 구동시킨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총 조립된 75톤급 액체엔진 연소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우주발사체는 매우 높은 신뢰도를 요구하는 분야 중 하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7톤급, 75톤급 액체엔진을 향후 각각 약 160회와 약 220회 시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엔진 성능과 신뢰성, 안정성 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나로우주센터 3단엔진 연소시험설비에서 한국형발사체 3단에 적용되는 7톤급 액체엔진의 연소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15.12.9 촬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 3단엔진 연소시험설비에서 한국형발사체 3단에 적용되는 7톤급 액체엔진의 연소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15.12.9 촬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75톤 엔진 연소 불안정성 문제가 있었지만 연구원이 노력해 해결해가고 있다”며 “2017년 12월 발사하는 것에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또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다른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제때에 발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