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김범수와 카카오,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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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교수
<위정현 중앙대 교수>

한국 정보통신(IT)업계에서 김범수 의장은 특이한 사람이다. 한게임과 카카오라는 ‘연타석 홈런’을 친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한게임이 대성공을 거두고 난 이후에도 벤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 가운데 하나가 명함이었다.

당시 한게임 명함은 특이하게도 플라스틱으로 코팅됐다. 받는 사람이 뭔가를 명함에 필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왜 이런 명함을 만들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한게임을 창업한 PC방에서 사용한 선불카드를 그대로 명함으로 만든 겁니다. 그때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인 셈이지요”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 산업이 ‘born global(태생적 글로벌)’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점도 잘 이해한 인물이었다.

한게임은 가장 빠르게 글로벌 전개를 시도한 게임사였다. 2004년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미국 등 주요 거점에 지사를 설립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2004년 중국 게임 시장 조사를 마치고 귀국해 그와 식사 자리를 가졌다. 김 의장이 중국 시장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중국 게임사의 경쟁력이나 전략 등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한 달 후에 다시 만났더니 대뜸 나와 만난 이튿날 중국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어 바로 다녀왔다고 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흔치 않은 주의력과 스피드였다. 그로부터 한 달 후 NHN은 1000억원에 중국 게임포털 아워게임을 인수했다.

김 의장은 인내심이 대단한, 인터넷 비즈니스 원칙에 충실한 인물이기도 했다. 먼저 콘텐츠 풀을 충실하게 만든 후 이를 통해 대규모 사용자 풀을 형성, 과금을 시도했다.

이어 수익 기반이 검증되면 바로 글로벌로 사업을 전개했다. 특히 보유한 사업 도메인 간의 연계와 시너지를 중시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그러나 최근 카카오 사업 전개가 과거 ‘김범수 패턴’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카카오는 다음과의 합병 이후 사업 영역을 급격히 확장했다.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내비게이션 서비스업체 김기사를 품었고, 올해 들어 음원 서비스 멜론을 제공하는 로엔을 약 2조원에 인수했다.

카카오는 로엔 인수에 보유한 현금 거의 전부를 투입했다. 그래도 모자란 자금 절반은 다시 조달해야 한다. 영역 확장에 비해 실적은 좋지 않다.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4억원으로 68.8% 감소했다. 매출은 2417억원으로 4.9%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02억원으로 80.2% 감소했다. 특히 카카오 모바일게임 매출은 2014년 2272억원에서 2015년 1932억원으로 약 14% 이상 줄었다. 올해 들어 반격에 나섰지만 카카오 게임의 신화를 회복할지 미지수다.

카카오택시 블랙
<카카오택시 블랙>

요즘 카카오 실적과 대응 전략을 보고 있으면 카카오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카카오 택시는 사용자에게 편리한 비즈니스이지만 카카오택시가 카카오 사용자 증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과금 가능한 구조도, 앞으로 과금 가능성이 높은 사업도 아니다.

미국 아마존이나 일본 라쿠텐이 택시나 미용실 중계업에 손대는가? 이것이 과연 카카오가 갈길인가?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전략도 우려된다. 인수 대상 사업은 기존 사업과 어떤 연관성이 있으며, 인수 후 시너지로 다시 새로운 신규 사업을 창출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김기사 사용자가 기존의 게임이나 메신저 사업과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 메신저 사용자라는 거대한 풀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신규 콘텐츠로 자동 유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카카오 검색이나 카카오 스토리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카카오드라이버 이미지 <사진 카카오>
<카카오드라이버 이미지 <사진 카카오>>

카카오 글로벌화는 더욱 우울하다. 해외 활성사용자는 지난해 827만명으로 98만명이나 감소했다. 카카오는 한게임 시절 야성과 공격성을 잃어 버리고 국내에 안주하려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카카오는 올해 콘텐츠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이자 김 의장이 이미 구현한 등식, 콘텐츠, 사용자풀, 과금, 글로벌이라는 사이클을 되돌아봐야 한다. 초심을 고민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임지훈 카카오 대표>

위정현 중앙대 교수 jhwi@cau.ac.kr